漢詩·書畵

망국의 한 / 방랑시인 김삿갓

선바우1 2019. 8. 2. 16:50



亡國의 恨

笑離亭에서 만난 선비와 이런 일 저런 일들을 이야기하며 무심히

발길을 옮겨 놓다보니 어느덧 開城의 鎭山인 松嶽山이 멀리 바라보인다.

5백년 도읍지를 이제야 구경하게 되었구나 싶어 벌서부터 감개가

무량해진 김삿갓은 고려조의 충신이요,

圃隱, 牧隱과 더불어 麗末三隱으로 일컬어지는 冶隱 吉再선생의

시조 한 수를 읊조렸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김삿갓이 야은의 시조를 읊어 보이자 같이 걷던 선비는 크게 기뻐하면서  

李芳遠의 유혹을 단호히 물리쳤던 圃隱 鄭夢周선생의 시조로서 화답한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윽고 선비가 안내한 곳은 善竹橋였다.

그 곳에는 백성들이 선생의 충절을 기려서 그의 핏자국이라고 일러오는

붉은 돌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을 뿐, 어느 누구도 당당하게 그를 추모하는

시 한 수 남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면서 선비는 유일하게

남아 있다는 무명시인의 시 한수를 소개했다. 

산천은 옛 대로인데 거리는 비어 있고
저녁놀 잠긴 곳에 물소리만 처량하다
홀로 말 세우고 옛 자취 찾아보니
꺾인 비석에 정문충만 남아 있네.


山河依舊市朝空
流水殘雲落照中
歇馬獨來尋往迹
斷碑猶記鄭文忠


망국의 설움이 가슴을 파고드는 시였다.

조선왕조 초에는 나라의 忌諱가 두려워 포은의 충절을

누구도 예찬하지 못했다는 것은 알만한 일이다.

炎凉世態란 본시 그런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김삿갓은 나라의 기휘가 두려워 시흥을 묵살하는

겁쟁이는 되고 싶지 않아 한 수 읊었다.

옛 강산에 말 멈추니 시름은 새로운데
오백 년 왕업에 빈터만 남았구나.
연기 어린 담장 가에 까마귀 슬피 울고 
낙엽 지는 폐허에 기러기만 날아가네.


故國江山立馬愁
半千王業一空邱
煙生廢墻寒鴉夕
葉落荒臺白雁秋


돌로 된 짐승은 오래 되어 말이 없고
구리 대는 쓰러져 머리를 숙였구나.
둘러보아 유난히 가슴 아픈 곳은 
선죽교 아래 냇물 흐름 없는 흐느낌이네.


石狗年深難傳舌
銅臺陀滅但灰
周觀別有傷心處 
善竹橋川咽不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