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칼럼

누가 복을 주고 벌을 주는가/법정스님

선바우1 2019. 10. 5. 15:39






누가 복을 주고 벌을 주는가



계절이 바뀔 때 살아있는 것들 마다
옷을 갈아입는 것은 삶의 지혜다.


지나온 삶의 자취를 되돌아보는 것도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스로의 물음이다.


이 또한 삶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내 곁에 편지가 없어
상세한 것은 다 기억할 수 없지만,
사연은 대강 이런 것 이다.


시집이 거의 기독교를 믿는 집안인데,
요즘에 와서 남편이 하는 사업이 잘 안되는 것은
아내인 자신이 불교를 믿기 때문이라고
시누이들이 자꾸 압력을 가해 와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는 요지였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더러 듣는 일인데,
이런 기회에 어떤것이 진짜 종교이고,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내 나름대로 밝혀보고 싶다.


만약에 세상에 오로지
하나의 종교만 있다고 가정해보라.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숨막히고,
그 독선의 냄새 또한
얼마나 역겨울 것인가.


어떤것이 신이고, 진리인지
누구에게 물어볼 것도 없이
맑은 제 정신으로 스스로 물어보라.


분노하고 질투하고 또 벌주는 것이 신인가?


오로지 자기만을 섬기고
남은 섬기지 말라고
하는것이 신이오, 창조주인가?


종교가 일단 조직화되고, 제도화되면
그 순간 부터 딱딱하게 굳어져
종교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하고 만다.


온전한 신앙인은 자신이 지닌 것을
나누어 갖는 사람이다.
나누어 갖지 않으면
그것이 시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끝없이 움직이고, 흐른다.


그 움직임과 흐름이 멎을 때
거기 서리가 내리고 죽음이 찾아온다.


이런 살아있는 생명체에
누가 복을 주고 벌을 주는지
스스로 물어보라.



그 물음 속에 답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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