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남아 있는 사랑/용혜원
폭풍우 몰아치듯
격정적인 사랑이란 해도
참된 사랑이 아니라면
한순간에 다 끝나고 말아
해변가에 흩어져 있는 조가비 같다면
서로의 얼굴을 어찌 바라보겠습니까
풍선에 바람만 쉴새없이 불어넣듯이
맨 가슴만 가득 부풀어올랐다가
한순간 터져 버리고 말아
모든 것이 다 산산조각 나 버리면
남은 상처의 비참함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오래된 사진첩의 빛바랜 사진처럼
기억 속에서도 잊혀지지 않아
그리워하며 살더라도
아름다운 사랑이었다고
웃음 지으며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순간 감정의 노예가 되어 불꽃놀이하듯
타오르는 욕망만 다 불태우고
서로가 몰랐던 것처럼
먼 기억 속으로 떠나가 버리기보다
늘 가슴에 남아 있는 사랑으로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더라도
서로 반가워하며 한 잔의 커피를 나누며
기뻐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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