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란 놈
앞에서 끄는 이도 없고
뒤에서 미는 이도 없건만
용케도 흘러가네
세월이란 몸이
인생 고작
어제오늘 내일이건만
어제는 어제 벌써 흘러갔고
내일은 내일대로 미지 수요
눈앞의 오늘만 오늘 일진데
잡든 놓든 용케도 흘러가네
지금 이 시각에도
세월이란 괘씸한 놈은
두월도 아니고
네 월도 아니고
어제오늘
내일 석삼 일이라
세월이라 했을까
쥐고 볼세도 없이
안고 만질새도 없이
스님머리에 모신 콩알인 양
동서남북 가닥 없이
용케도 흘러가네
세월이란 미운 놈 ~
동녘에 떴던 해는
점심 되니
정수리를 비추고
저녁 수저 놓기 바쁘게
서산에 자취 감추며
용케도 흘러가네
세월이란 놈 앙큼한 놈은
하루 새끼 먹으면
흘러가는 하루
그 하루 365일 곱씹으면
한 해가 속절없어 흘러가네
용케도 흘러가네
세월이란 무정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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