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영상시

목련 나무

선바우1 2022. 3. 31. 22:09

 

목련 나무




그가 나무에 기대앉아
울고 있나 보다
그래서 뜰의 목련나무들이
세차게 이파리를 흔들고 있나보다


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건
사랑이었다
살면서 나를 가장 괴롭게 한건
사랑이었다

 
그를 만났을땐
불꽃 위에서건 얼음 위에서건
사랑할수 있을것 같았다


그러나 숯불같은 살위에
몸을 던지지도 못했고
시냇물이 강물을 따라가듯
함께 섞여 흘러가지도 못했다

 
순한 짐승처럼 어울리어
숲이 시키는대로
벌판이 시키는대로
사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은
사랑이 가자는대로 가지못하였다
늘 고통스러운 마음뿐
 

어두운 하늘과 새벽 별빛 사이를
헤매는 마음뿐
고개를 들면 다시 문앞에
와 서 있곤했다


그가 어디선가 혼자 울고있나보다
그래서 목련 나무잎이
내 곁에 와 몸부림치고 있나보다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