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느강에서
세느강에서 (1)
세월이 강이 되고
강이 세월이 되어
도도히 흐른 그 자리에는
푸른 이끼로 살아 숨쉬고 있는
오랜 역사의 크나큰 발자국소리여!
하루를 백 년처럼 살기를 원했던가
백 년을 하루처럼 살기를 원했던가
내딪는 발걸음마다 서로 다른 꿈을
그 꿈을 꿈으로만 꾸지 않았던 탓으로
아, 비로소 저 수많은 왕국을 이룩했던가.
ㅡ 알렉산드로 3세 다리 ㅡ
세느강에서 (2)
바다가 강으로 흐르는가
강이 하늘로 흐르는가
강과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하나가 된
모두 다 왕궁에서 살기를 원했던가
온갖 황실뿐인 나라에
위화감으로 홀로 서 있는
바닷가 소라닮은 그대
가도가도 똑닮은 그들만의 천국이여!
파시즘이면 어떻고 사회민주주의면 어떤가
이만큼 신바람으로 멋부리며 잘 살고 있는 걸.
ㅡ 콩코드 다리 ㅡ
세느강에서 (3)
강물은 오늘도 세월이 되어
말없이 흘러만 가네
누가 무엇을 말하고
누가 무엇을 비난해도
세월은 오늘도 강물이 되어
말없이 흘러만 가네
내 것을 빼앗기지 않았어도
남의 것을 빼앗아 버리면 그만이라는 듯
아, 땅따먹기 놀이 시절부터인가
그들 사전에는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네.
ㅡ 오르쉐 박물관 ㅡ
세느강에서 (4)
그대를 향한 눈길이
점점 그윽하고 깊어 질수록
그대는 더욱 새롭게
냉정을 되찾아 길을 떠나네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는 길
그 머나먼 길을 떠나는 님에게
온몸으로 보내는 작별인사가
궁전의 깃발로 펄럭일 때 쯤
하늘보다 더 높아지려는 뾰족탑에서
푸른 별빛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네.
ㅡ 쏠페리노 다리 ㅡ
세느강에서 (5)
그대는 정녕
세상 모든 이들의
다정하고 진정한 친구인가
어느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어느 누구도 경원(敬遠)하지 않는
그대의 그 고운 마음 때문에
그대의 그 장엄한 모습 때문에
세상의 온갖 발길이 멈추지 않는가
모든 궁전의 풍채가 장엄한 것은
저 조화로움은 진정 신(神)의 선물이던가.
ㅡ 루와얄 다리 ㅡ
ㅡ 카루젤 다리 ㅡ
ㅡ 루브르 박물관 ㅡ
ㅡ 루브르 박물관 ㅡ
ㅡ 뽕네프 다리 ㅡ
ㅡ 뽕네프 다리 ㅡ
ㅡ 샹주 다리 ㅡ
ㅡ 노르트담 다리 ㅡ
ㅡ 파리 시청 ㅡ
ㅡ 다르꼴 다리 ㅡ
ㅡ 생루이스 다리 ㅡ
ㅡ 투루넬 다리 ㅡ
ㅡ 프랑스 국회의사당 ㅡ
ㅡ 오르쉐 박물관 ㅡ
미라보 다리
ㅡ 기욤 이폴리네에르 ㅡ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간다네
고통 뒤에는 언제나
기쁨이 온다는 것을
나는 진정 잊지않고 있다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버리고 나는 여기있네
손과 손을 붙들고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으세
우리의 팔아래로
그렇게 지쳐버린 물결이
영원한 눈길로 지나갈 때에
사랑은 흐르는 물과 같이
가 버렸네
사랑은 사라져 가버리네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날이 가고 세월이 흘러간다네
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다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른다네.
<모셔온 글>
'그리움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날 오후 풍경 / 윤동주 (0) | 2018.02.14 |
---|---|
봄비 (0) | 2018.02.14 |
그대는 봄인가요? / 오광수 (0) | 2018.02.13 |
그대 있음에 / 김남조 (0) | 2018.02.13 |
목마와 숙녀 (0) | 2018.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