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은
아주 가끔은
생각없이 떠도는 바람이 되어보고
앞산 가로지르는 구름이 되어보자.
그리움에 상처 난 별 하나 되어보고
쪽빛물감 엎질러 놓은 하늘도 되어보자.
아주 가끔은
아침을 여는 새소리 되어보고
뜻없이 흘러도 좋을 냇물이 되어보자.
부서지는 시원스런 파도가 되어보고
파도 위에 자유로운 갈매기가 되어보자.
아주 가끔은
봉 창문 열어 둔 나주막한 사랑방
앉은뱅이 책상 놓고 생각 풀고 졸고 있다.
마당에 흩뿌리는 빗소리에 고개 들어
곰실곰실 간지럼타는 흙냄새도 맡아보자.
아주 가끔은
좋은 사람 마주하고 세월 위에 걸터앉아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귀담아 들어주고
묻어 둔 이야기 헤픈 이야기 먼지 털어 들려주다.
익숙한 친구처럼 모로 쓰러져 잠들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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