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영상시

사랑도 나무처럼

선바우1 2018. 11. 26. 09:16






사랑도 나무처럼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두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엔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로그이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 속에 발을 묻고

홀로서서 침묵하며 기다리는

인고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 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한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

 

- 이해인 -



겨울의 길목에서

한 두 방울 떨어지는 비에

노란 은행잎이 견디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눈물을 흘린다.

 

항상 푸른 날만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젊음의 용광로가 언제 꺼졌는지 알지 못한 채

가을의 결실을 뒤로하고

뒤따라오는 나그네에게 삶의 자리를 물려준다.


정말 겨울이 오네요

가을길에 미처 떨쳐내지 못한 미련일랑 두지말고

바람결에 훨훨 날려버리세요

겨울이 서운하지 않도록

겨울맞이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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