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蓮, lotus)은 불교를 상징하는 식물이다. “속세에 물들지 않으니, 연못 속에 핀 연꽃 같다”는
부처님의 가르침도 있다. 원산지는 인도다. 색깔에 따라 홍련(紅蓮)·백련(白蓮)으로 구분된다. 연은
수련(water lily)과는 다른 식물이다. 연에는 연근(蓮根)이 있지만 수련에선 연근을 얻을 수 없다.
연의 여러 부위 중 가장 자주 식용으로 쓰이는 것이 연근이다. 연근은 우엉과 함께 대표적 겨울
반찬거리이자 사찰 음식이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EPIS)은 연근을 2월의 제철 농식품으로
선정했다. 명칭에 뿌리 ‘근(根)’이 들어 있어 연근을 연의 뿌리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론 땅속줄기다. 식물의 줄기가 땅속에 있는 것을 땅속줄기라 한다. 연근은 땅속줄기 중 땅속을
옆으로 뻗어 나가는 뿌리줄기에 속한다. 대개 땅속에서 캔 연근의 수염뿌리를 없앤 뒤 먹는다.
덜 익은 연근은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껍질만 벗기면 먹을 수 있다.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영양도 풍부해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쓰인다.
구멍이 숭숭 나 있어 이를 통한 조리 시 조미료와 열의 이동이 쉽다. 연근과 궁합이 잘 맞는 식품으론
다시마·말린 표고버섯·건어물 등이 있다.
연근의 주성분은 탄수화물(대부분 녹말)이다. 연근에서 얻은 녹말을 우분(藕粉)이라 한다.
우분에 멥쌀을 섞어 지은 뒤 꿀을 섞은 음식이 연자분이다.
최근 연근은 웰빙·장수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연근의 소중한 성분은 비타민 C(항산화 효과)·칼륨
(혈압 조절)·불용성(不溶性)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배변을 용이하게 해 변비 예방뿐 아니라 장내 발암·
유해물질 배출을 촉진한다. 연근이 대장암·동맥경화·고혈압 예방 식품으로 기대되는 것은 그래서다.
연근을 자를 때 보이는 끈적끈적한 ‘실’ 같은 물질도 웰빙 성분이다. ‘실’의 정체는 단백질의 일종이자
점액 성분인 무틴(mutin)이다. 토란·청국장·나토·오크라 등에도 들어 있는 무틴은 위벽을 보호하고 단백질·
지방의 소화를 돕는다. 음식 섭취 후 당질(탄수화물)이 몸 안에 들어오면 무틴이 들러붙어 당질의 분해
속도를 늦춰준다. 혈당을 조절해주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에게 연근은 권할 만하다.
민간에선 연근을 혈액의 소통(흐름)을 원활하게 한다고 본다.
과거 중국 송나라 때 연근 껍질을 벗기다가 실수로 양의 피를 받아놓은 그릇에 떨어뜨렸다. 이때 양의
피가 서로 엉기지 않는 것을 보고 연근이 뭉친 피를 흩뜨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동의보감’엔 “어혈(瘀血, 엉킨 피)을 풀어준다. 생것을 먹으면 토사곽란 후 몸이 허해져 생기는 갈증을
다스린다. 쪄서 먹으면 오장을 보하고 하초(下焦, 골반 아래 부위)를 튼튼하게 한다”고 기술돼 있다.
폐가 약한 사람은 겨울에 감기·독감에 걸리기 쉬우며 기침·가래로 고생한다.
한방에선 폐 등 호흡기 질환자에게 연근 같은 흰색 식품을 추천한다. 기침이 멈추지 않거나 목이 심하게
아프거나 가래가 계속 난다고 호소하면 민간에선 연근즙 한 잔을 권장했다.
저혈압인 사람에게도 연급즙을 추천한다. 연근 껍질을 벗긴 뒤 강판에 갈고 거즈 등을 이용해 짜면
연근즙이 완성된다. 독특한 향 때문에 연근즙을 먹기 힘든 사람은 꿀을 넣어 마셔도 괜찮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