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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봄 기행

선바우1 2018. 1. 24. 20:28


충남 태안 봄 기행


훌쩍 바람 쐬러 나서기 좋은 시절이다.

기꺼이 하루 품을 팔 수 있는 곳, 과연 어디가 좋을까.

그러운 봄기운을 물씬 받을 수 있는 데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 모양새가 닭 벼슬처럼 생긴 충남 태안반도를 적극 추천한다.

태안은 산과 바다의 묘미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어 이른바

'멀티 기행지'로 통하는 곳이다.

 

특히 너른 송림과 수백km에 이르는 해안선은 왕성한 산소

탱크에 다름없다. 뿐만아니라 이즈음 태안을 찾으면 귀한

별미거리도 맛볼 수 있다. '실치'가 바로 그것이다.

실치는 말 그대로 실처럼 아주 작고 가는 물고기이다.

나는 곳도 서해안 일부지역인데다 철도 짧아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작은 실치로 서해의 봄 미각을 통째로 맛본 뒤 나서는

 '천리포~만리포' 솔숲 트레킹도 흡족하다.

쾌적한 솔숲기운에 시원한 바다 바람이 한데 어우러져

태안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다. 

'별미 실치회' 혀가 즐겁고…
'솔숲 트레킹' 머리가 즐겁네!

◇천리포~만리포 솔숲길

 

4월 제철 … 초고추장과 환상 조합
시원 칼칼 '실치시금칫국'도 일품

◇서해안의 별미 '실치회무침'


◆만춘의 문턱에서 맛보는 마검포 실치회

갯내음이 듬뿍 담긴 봄철 미식거리가 있다.

'실치'가 그것이다. 실치는 말 그대로 실처럼 가늘고 작은 물고기이다.

봄철 실치는 길이가 2~3cm 남짓, 혀에 닿자마자 특별한 질감 없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예로부터 흔히 '뱅어'로도 불려온 실치는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죽으면 몸 색깔이 하얗게 변한다 해서 '백어(白魚)', '난호어목지'

에서는  '빙어(氷魚)'라고 소개 돼있다.

실치는 나는 곳도 서해안 태안, 당진, 서천 정도로 한정돼 있는

데다 횟감으로 맛볼 수 있는 때도 짧아 요즘이 바로 제철이다.

국내 실치회의 명소로는 태안 마검포항을 꼽을 수 있다.

실치는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마검포항 인근 곰섬 앞바다

에서 멸치잡이 그물인 낭장망으로 잡아 올린다.

하지만 그물에 걸리면 곧 죽어버리는 탓에 어장에서 가까운

산지 포구가 아니면 횟감으로 즐기기가 힘들다.

실치회는 두어 달 동안 맛볼 수 있지만 4월에 잡히는 것이라야

횟감으로 적당하다. 3월말 처음 것은 육질이 너무 연하다.

반면 5월 중순 이후에는 뼈가 굵고 억세져 뱅어포감으로 쓴다.

흔히 실치회는 야채와 실치를 양념고추장에 비벼 무침으로 즐긴다.

오이, 깻잎, 쑥갓, 양배추, 당근 등 야채, 그리고 갖은 양념을 섞어

만든 초고추장을 실치와 한데 버무리는데, 부드러운 실치와

아삭한 야채의 질감, 매콤새콤한 초고추장이 어우러져 봄느낌

물씬 풍기는 별미가 된다.

특히 배를 채 썰어 올린 고명은 시원함을 더하고, 국수사리를

곁들이면 훌륭한 식사대용이 된다.

 하지만 실치회 무침은 거의 양념 맛에 다름없다.

실제 실치는 어떤 맛일까. 양념 없이 실치를 한 젓가락 오물거렸다.

그저 덤덤한 게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부드러운 질감 속에 은은한

뒷맛이 남는다. 갯내음이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어린 실치의 뼈가 이 끝에 와 닿는

아주 미세이물감도 느껴진다. 

예로부터 이른 봄철 마땅한 횟감이 없는 시기에 회무침으로

입맛을 돋웠던 게 바로 실치였다는 것이다

실치요리의 또다른 진수는 '실치 시금치국'이다.

한마디로 국물맛이 끝내준다.

시원 칼칼한 게 뒷맛이 깔끔하다. 얼핏 잔멸치의 질감이

있을 법 하지만 전혀 예상밖이다.

마치 게살이나 생선살을 곱게 갈아놓은 듯 부드럽다.

 실치시금치국은 그저 수수한 시래기국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공이 들어간 음식이다.

육수를 따로 내고, 생물 실치로 국물맛의 깊이를 더한다.

우선 마늘, 고추, 다시마 등을 넣고 칼칼한 맛의 육수를

우려내 끓이다가 거기에 실치와 시금치를 넣고 소금간을 하면

시원 칼칼 구수한 실치시금치국이 된다.

실치시금치국에 밥 한 술 말아 뜨고 묵은 지 한 조각을

곁들이면 그게 최고의 궁합이다. 

 실치는 이밖에도 전으로, 뱅어포로도 맛볼 수 있다.

전은 고소하고 부드러운게 생선전에 비길 바가 아니다.

실치회는 당일 잡아 오후까지만 팔아 냉장고에 넣는 법이 없다.

남는 것은 해질무렵 뱅어포를 만드는데,

5월에 만든 것보다 훨씬 부드럽다.

 실치는 5월 이후 5㎝ 크기로 자라 '뱅어'로 불리며,

햇볕에 두어 나절 바싹 말려 포가 된다.

 마검포에서는 선창횟집(041-674-6270)이 맛집으로 통하는데,

실치회무침, 실치시금치국, 실치전, 뱅어포 등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실치회코스요리'

(3만5000원, 4인 기준)로 판매한다.

'천리포수목원' 희귀식물로 가득
바다보며 즐기는 걷기 코스 환상


◇ 천리포수목원

◆천리포~만리포 '만천리길' 솔숲 트레킹을 즐기다

 

세계적 명품 '천리포수목원'

 

태안에는 안면도 솔숲 휴양림 말고도 '희귀식물의 보고'로 불리는

 '천리포수목원'이 있다.

미국에서 귀화한 민병갈씨(1921~2002)가 1962년 6000여 평의

박토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현재 총 18만평 규모의 자연친화적인

생태수목원을 조성해두었다.

 희귀 수목을 감상하고 '천리포~국사봉~만리포'에 이르는 솔

숲길로 트레킹에 나서면 그야말로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명품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우선 트레킹의 출발지격인 천리포수목원은 가히 '서해안의

푸른보석'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멸종 보호종인 '하얀개나리' 등

총 1만5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수종을 보유하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초기 소금기 섞인 박토였다.

하지만 개원 30년 만에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 받게 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1세대 수목원이다.

특히 그동안 전문가나 후원회원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 비밀정원

이었던 만큼 식생 보존도 잘 돼있다.

 
천리포 수목원이 당초 방침을 바꿔 일반에 공개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이다. 태안 기름유출 파동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 경제활성화에 일조하겠다는 깊은 뜻도 함께 담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 수목원에 들어서면 여느 수목원과는 다른 자연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특히 입구 근처 해송 숲길에서는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 온다.

 수목원은 크게 7개 지역으로 나뉜다.

본원, 닭섬, 사구지역 등 구역이 흩어져 있는데, 각 지역 마다 미세

하게나마 환경이 달라 난대성 상록활엽수부터 아한대성 식물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식재돼 있다.

그 중에 목련만도 400여 종류, 호랑가시나무 370여 종류 등 세계적

로도 유례 없을 희귀식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이 곳에서는 '세계목련학회 학술대회', '세계호랑가시나무학회

학술대회' 등이 열리는 등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요즘 수목원에는 노란수선화와 사순절장미, 중국팥나무, 목련꽃 등이 만발해

있다. 그중 하얀개나리로도 불리는 '미선나무'는 국가멸종위기 2급의 귀한 식물

이다. 이밖에도 수목원에는 '나도밤나무', 가지가 우산처럼 퍼진 '닛사' 등 흔히

접할 수 없는 수종들이 식재돼 있다.

 수목원 안에는 한옥 등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어 예약 숙박도 가능하다.

단체 내방객의 경우 미리 예약하면 가이드의 해설도 들을 수 있다.

단 수목원에는 수목보호를 위해 카메라 심각대나 음식물 등의 반입이 금지된다.


◇낭만이 흐르는 서해바다. 만리포 해수욕장의 낙조

◇국물맛이 끝내주는 실치시금칫국

▶바다를 보며 즐기는 '솔숲 트레킹'

천리포수목원을 둘러봤으면 이제 솔숲 트레킹에 나설 차례. 천리포에서 국사봉

소나무 숲길을 걸어 만리포 해변 까지 4km에 이르는 숲길은 비교적 무난한 코스이다.

2시간 남짓 걸리는 숲길은 바다를 끼고 이어져 조용한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

다. 태안 토박이들은 이 길을 '세상에서 제일 긴 솔숲길'이라고 소개한다.

'천리포~만리포' 코스이니 무려 '천만리길'이 아니겠느냐는 우스갯소리이다.

 산행 길 중간에 솟아난 산자락이 만리포와
천리포 해수욕장을 잇고 있다.

천리포해수욕장 뒤쪽, 천리포수목원 생태교육관 앞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천리포 1길'이란 골목길에서 트레킹 코스가 이어진다.

 태안 바닷가는 비록 위도가 서울보다 아래라고는 하지만 계절이 일주일가량

늦다. 때문에 국사봉 오르는 숲에는 아직 노란 복수초가 만발해 마치 한 무리의

병아리를 숲에 풀어 놓은 듯 자태가 앙증맞다.

솔숲길 군데군데 피어난 연분홍 진달래도 유독 그 모습이 여리다.

 가파른 오르막에는 통나무를 잘라 계단을 놓았다.

숲길을 조금 걸었다 싶으니 천리포 앞바다에 떠 있는 닭섬이 눈에 들어온다.

자그마한 섬의 생김이 마치 웅크린 암탉 모양이다.

숲엔 간혹 다른 수종도 섞여 있지만 소나무가 주류를 이룬다.

비록 아름드리는 아니지만 여느 숲길과는 또 다른 기품이 있다.

특히 솔잎이 푹신한 카페트를 이뤄 걷는 느낌 또한 부드럽다.

대체로 평탄한 길이 산 능선을 따라 부드럽게 오르내림을 거듭하며 이어진다.

소나무 숲 사이 서편으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반대쪽은 비옥한 태안반도의

내륙이다.

 정상 국사봉(121m)에 이르는 길은 산세가 험하지 않다.

하지만 비록 야트막한 산 일지언정 그 정상을 오르는 동안 등에는 꼽꼽한 땀이

배어난다.

국사봉 정상은 '천만리길' 최고의 조망 포인트이다.

눈앞에는 닭섬이, 오른쪽은 천리포, 왼편으로는 만리포 백사장이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

 국사봉부터 만리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숲길 군데군데 나무를 켜서 만든

벤치가 놓여 있다.

발 쉼을 하며 바다를 바라보거나 명상에 빠져 들기 좋은 쉼터다.

두어 군데의 전망포인트를 지나며 이어지는 솔숲길은 호젓함 그 자체이다.

비록 평일 이라고는 하지만 4km 트레킹 도중 단 한 사람과도 마주치지 않았다.

인기척에 놀라 소나무위로 달아난 청설모 한 마리를 마주했을 뿐이다.

 트레킹의 끝은 만리포 해수욕장이다.

마침 서해의 장엄한 낙조가 펼쳐진다.

하루를 쉼 없이 달려 온 붉은 해가 서해바다 속으로 풍덩 빠져 드는 모습을 온

전히 지켜보는 것으로 태안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여행메모 

▶가는 길

< 천리포 수목원 > : 서해안고속도로~서산IC~32번 국도~서산, 태안을 지나

만리포 방면~만리포해수욕장~천리포해수욕장의 천리포수목원 생태교육관 앞 

 < 마검포 > : 서해안고속도로~서산IC~32번 국도~서산, 태안을 지나~남면

~마검포
  
▶천리포수목원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산 185번지.

이용시간 4~10월(오전 9시~오후 6시), 3~11월(오전 9시~오후 5시),

연중무휴(추석, 설 연휴 제외),

입장료(평일: 어른 7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주말: 어른 8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 4~10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