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이 좋다 해 저문 남이섬
호젓한 여행지를 좋아하는 이들은 의식적으로 널리 알려진 곳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몸살'로 그곳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여행지 목록에 남이섬이 올라 있을까.
계절을 가리지 않고 국내외의 무수히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 남이섬이라서다.
그런데 어쩌면 그 여행지 목록에 남이섬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과 새벽의 남이섬을 걸어본 적이 있다면,
그 조용한 시간에 나긋한 속삼임으로 사랑을 키워봤다면 말이다.
남이섬은 기적의 섬이다.
지금의 모습만 보면 남이섬의 과거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 누가 반세기 전만 해도 불모지였던 땅이고,
70년 전에는 아예 그 존재조차 없었던 섬이라고 생각할까.
남이섬은 1944년 북한강을 가두어 청평땜을 만들면서 생긴 섬이다.
본래 육지였던 것이 물에 잠기면서 하나의 섬이 된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은 반달처럼 떠 있다.
폭이 좁고 길이가 길며 배가 홀쭉하게 들어가 있는 모양새다.
현재 남이섬은 행정구역상 춘천에 속하고,
섬으로 드나드는 나루터는 가평에 속한다.
불현듯 솟아나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 섬은
동명의 장군묘가 있다고 해서 남이섬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섬에 이름을 부여한 남이 장군(1441~1468)은 조선 태종의 외증손으로
젊은 나이에 병조판서까지 올랐으나 유자광의 모함을 받아 처형된 인물이다.
섬 북쪽에 돌무더기 무덤이 있었는데,
1965년 이 섬을 매입한 수재 민병도 씨가 묘를 새로 단장했다.
지금은 석물들이 호위하는 등 제법 번듯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2006년 고인이 된 민병도 씨는 우리나라 문화발전을 위해 한평생
공헌한 이로 1966년 경춘관광개발주식회사를 설립해 남이섬을 가꾸어 나갔다.
그는 남이섬에 끊임없이 나무를 심어 나가면서 황무지를 지금의 숲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가 없었다면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도,
강변산책로의 나무들도 없었을 것이다.
남이섬 변화의 2기는 2000년대 들어 시작됐다.
경춘관광개발주식회사를 '주식회사남이섬'으로 상호변경하면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사실 그 이전의 남이섬은 휴양보다는 위락의 섬에 가까웠다.
강변가요제의 단골무대였고, 여름이면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시끄럽게 노래하고 춤추던 섬이었다.
그런 남이섬은 강우현 씨를 대표이사로 들이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문화시설을 곳곳에 짓고, 산책로를 정비하면서 기존의 이미지를 지워나갔다.
2001년 방영되었던 드라마 < 겨울연가 > 를 통해 남이섬은
아름다운 연인의 섬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섬이라면 모름지기 호젓한 맛이 있어야 할 터.
그런 기대를 하고 남이섬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은 다소 실망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에게 이 섬의 대표이사인 강우현은 이렇게 말한다.
"남이섬은 달밤이 좋다. 별밤은 더 좋다.
하지만 새벽을 걷어 올리는 물안개를 마주하면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렇다. 남이섬이 정말 사랑스러울 때는 바로 그런 순간이다.
달 뜨고 별 뜨는 밤과 물안개 피는 새벽이면 남이섬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한다.
남이섬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자면, 아주 늦은 오후 무렵
남이섬에 들고 그 이튿날 오전 일찍 나오는 것이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다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전에
남이섬의 매력을 온전히 아주 조용하게, 그리고 천천히 맛보는 것이다.
해가 지고 나면 남이섬은 고요 속으로 빠져든다.
낮의 소란스러움은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딴 세상이다.
빛의 공해가 없는 남이섬에서는 달빛이 더욱 밝고,
별이 햇빛에 반짝이는 유리조각들처럼 눈부시게 빛난다.
그 달과 별의 호위를 받으며 남이섬의 숲길을 걷는 일이 참 좋다.
풀벌레와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가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밤의 숲길.
그 길을 걸어본 자만이 참맛을 알 수 있다.
밤이 지나면 새벽은 물안개에 섬이 젖는다. 강우현 씨가 가장 좋다는
그 물안개는 섬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린다. 그 운치 넘치는 시간에 섬의
숲길을 다시금 걷는다.
간밤에 숙소 주변의 숲길 산책으로 만족했다면 벽에는 섬의 모든
숲길 구석구석을 누빈다.
14만 평, 둘레 5㎞의 남이섬에는 강변을 따라 튤립나무길, 자작나무길,
갈대숲길, 강변산책로 등의 숲길이 나 있다.
섬의 가로축으로는 은행나무길과 중앙잣나무길이 있다.
세로축으로는 메타세쿼이아길이 뻗어 있다.
남이섬을 대표하는 숲길로 1977년 서울대 농대에서 묘목을 가져와
조림한 메타세쿼이아길이 꼽히지만, 다른 길들도 그 못지않게 좋다.
특히 새벽에 강변을 두르는 길들은 넋을 잃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다.
안개 자욱한 강가에서 황새가 유유히 날며 먹이를 사냥하고,
길섶의 수풀은 영롱한 이슬을 머금고 있다.
막 피기 시작한 홍화코스모스며, 벌개미취 따위도 반갑게 인사한다.
다람쥐와 청설모도 부지런을 떤다.
강변길을 걷다보면 어로활동을 하는 어부들도 만난다.
오후 5시쯤 그물을 놓았다가 이른 새벽부터 나와서 거둬들인다.
이들 배가 철수하면 다슬기잡이 배들이 이어 나온다. 물 맑은 청평호의
다슬기는 씨알이 굉장히 굵다.
남이섬행 첫 배는 아침 7시 30분에 가평나루를 떠난다.
9시까지는 30분에 한 대씩 들어오는데, 이 시간 즈음만 해도 남이섬에
머물기는 괜찮다.
그러나 오전 10시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여행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슬슬 떠나야 할 시간, 남이섬을 빠져나오면서 타조우리에도 들르고,
잠깐씩 전시관들도 기웃거린다.
남이섬에서는 꽤 볼만한 전시들이 열린다.
남이도예원에서는 '대한민국명품 강진청자전', 갤러리N과 중화미술관
에서는 각각 '일본 도야마 글래스아트 초청전시회'와 '중국당대명인
서화전'이 개최되고 있다.
여행안내
길잡이
서울(46번 국도)→청평→가평→가평대교 건너기 전 우회전→가평나루→남이섬
먹거리
남이섬의 거의 중앙 부분인 유니세프홀 근처에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선택지가 다양하다.
일식집, 중식집, 피자전문점, 한방삼계탕전문점, 막국수집 등 여럿이 있다.
잠자리
남이섬에 별장과 호텔 등 잠자리가 충분하다.
주말(금~토)과 하계성수기(7월 17일~8월 27일), 연말성수기(12월 25일~31일)에는
정상요금을 받지만 그 외에는 할인요금이 적용돼 부담이 덜하다.
2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별장은 8만 8000원, 호텔은 7만 7000원이다.
예약은 031-580-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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