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민은 南北美판문점 만남이
불쾌하고 창피하고 민망했다
대한민국 안위 걸린 문제… 임기응변 정치 쇼로 다뤄져
남쪽 땅에서 열린 회담에서 미·북이 북핵 거래
옆방으로 밀려난 대통령… '중재 외교' 웃음 민망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북한 간의 북핵 협상에는 CVID라는 영문 이니셜이 반드시 등장했다. 이 말이 어느 틈엔가 사라졌다. 특히 트럼프에 와서 이 말이 뜸해지더니 근자에는 아예 없어졌다. 이제 북핵과 관련해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는 고전(古典)이 됐다. 그 자리에 '핵폐기'도 아니고 북한식 '비핵화'라는 단어가 들어서더니 엊그제 판문점에서 벌어진 트럼프-김정은 리얼리티 쇼에서는 그나마 종적을 감췄다. 이제 CVID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어졌다.
남북 회담, 미·북 회담 등의 목적과 핵심은 북핵의 폐기에 있다. 적어도 5000만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그렇다. 그런데 대북 외교는 이제 주변 국가 지도자들의 정치·권력의 놀이터로 변질되고 있다. 판문점 회동인지 회담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안위가 걸린 문제가 심각히 논의되고 신중히 준비되기는커녕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적인 정치 쇼로 다뤄지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급조'된 쇼는 이미 예고(?)된 듯해서 더욱 불쾌하다. 며칠 전 북한은 일개 국장급을 내세워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너희는 빠지라'며 남쪽 대통령을 모욕했다. 그러더니 마침내 남쪽 땅에서 남쪽 대통령은 빼고 자기들끼리 마주 앉았다.
트럼프는 판문점 면담의 깜짝 트윗 쇼를 벌이면서 잠깐 만나 '세이(say) 헬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15분쯤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실제는 50분이 넘었다. 트럼프는 회담에서 2~3주 내에 실무 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실무 절차를 정하는 데 무슨 50분씩이나 걸리나. '세이 헬로'는 위장이었나? 자유의 집 다른 방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문 대통령은 이것을 미리 알고 있었나, 몰랐나? 알았다면 그 역시 동조자(?)고, 몰랐다면 '순진의 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 우리 쪽 자유의 집 회의장에는 성조기와 인공기가 장식돼 있었다. 이런 것은 준비가 필요하며 급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장소 제공자인 우리 쪽에서 몰랐을 리 없고 알았다면 단순히 세이 헬로 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했어야 한다. 그것을 알았는데도 준비 도와주고 모르는 척했다면 문 정부는 국민을 속인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 판문점에서 독재자의 땅 북한으로 넘어갔다 온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것을 알 만한 정치적 식견과 내공이 있는지도 의심된다. 그저 옆집 땅 밟은 것 정도로만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답례로 김을 워싱턴에 초대한다고 했다. 만일 김정은이 워싱턴에 간다면 이제까지의 '한반도 게임'은 완전히 성격이 달라진다.
판문점 쇼에서 대북 협상의 본질인 북핵 폐기는 온데간데없고 '세기적'이니 '역사적'이니 하는 정치적 수사(修辭)만 풍성했다. 그 회담에 걸린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안위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 밀실 게임에서 어떤 거래가 오고 갔는지 모른다. 트럼프에게 귀동냥을 할 뿐이다. 이것은 싱가포르 회담이나 하노이 회담과도 그 성격이 다르다.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대한민국 안위가 걸린 북핵 문제를 미·북이 거래하도록 했다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평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용인(容認)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옆방으로 밀려나 구경꾼 신세가 된 것은 국민으로서도 창피한 일이다. 양자회담이 끝난 뒤 마무리 언론 쇼에는 모습을 드러내 자신이 대단한 일을 중재(?)해낸 듯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는 '우리 대통령'의 모습은 대단히 보기 민망했다.
북핵 문제는 결국 이렇게 귀결될 것 같다. 북한은 엊그제 최룡해의 입을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한국의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도 비핵화의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라고 한 발 뒤로 뺐다. 미국의 트럼프는 아직은 '비핵화 없이 대북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핵 완전 폐기까지는 못 가고 단계적·동시적을 명분으로 북핵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핵 게임에서는 김정은이 이기는 쪽으로 갈 것이다. 그것이 한국의 불행이다. 다만 내년 선거에 한국에서 집권당이 패배하고 미국에 새 대통령이 들어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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