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무제) 金笠(김립, 1807~1863)
四角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無題(무제)
네 발 멀쩡한 소나무 소반에 죽 한 그릇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죽 위에 떠다닌다
주인이여, 무안해 하지 마오
물에 비쳐 거꾸러진 청산 풍경 더욱 좋구려
비록 묽은 죽 한 그릇이지만 정성스럽게 소반에 격식을 갖춰 대접한다.
그 죽이 어찌나 멀겋던지 하늘에 떠있는 구름까지 다 비친다.
자신도 어렵지만 멀건 죽 밖에 못주어
미안해 하는 주인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김삿갓도 주인에게 무안해 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金笠 ; 본명은 김병연,
그의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 군대에 항복한 죄로 滅門廢族을 당함.
이를 수치로 여기고, 또한 벼슬길에 오를 수 없는 신세를 비관하여,
삿갓을 쓰고 일생동안 방랑생활을 하다가 57세에 전라도 화순 땅에서 죽음.
* 粥(죽) ; 곡식을 묽게 끓인 음식
* 無顔(무안); 볼 낯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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