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남자 가을여자..
가을이 오면
가을 여자는
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고
가을 남자는
곁에 누군가 있어주길 원한다
가을 여자는 홀로 떠난 여행길
어느 낮선 간이역 플랫폼
마지막 열차가 남기고 간 비명속에서
이미 전설로 남겨진
잃어버린 여자를 환상시키며
홀로된 고독에 묻히고 싶어 한다
엷은 카키색 바바라코트 깃을 세우고
어둠이 병풍처럼 둘러 처진
텅빈 플랫폼에서 후두둑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바라보며 흘리는 눈물도
가을 여자에겐 전혀 허물없이 보인다
때로는 고독한 여자가
아름다울 때도 있지 않던가..
가을 남자는
갓 잡아 올린 등푸른 생선의 비늘처럼
찰랑 거리며 윤가 흐르던 미루나무 광채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매마른 수수깡처럼
가슴이 푸석해진다
가을 여자가 "잃어버린 여자"를
환생시키고 있을 때 가을 남자는 기억의 저편
신화처럼 살아 있는 오월의 장미를
기억해 내며
목젖으로 올라오는 쓸쓸함을 삼킨다
가을 여자는 홀로 떠난 여행길에서
여자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옥죄는 결박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깊숙히 숨겠노라 다짐하지만
그건 늘 꿈꾸는 일상의
희망사항일 뿐..
숨 죽였던 생명들이 소생하는 새벽이 오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첫차를 탄다
가을 남자는 어느 후미진 골목
선술집에서
단풍 곱게 물든 어느해 가을 산기슭에
흘렸던 장미의 눈물을 기억하며
마음의 지도를 꺼내 놓고 추억을 더듬어 가지만..
가날픈 신음소리만 귓가에
맴돌 뿐
희상할 수록 장미의 모습은
흐릿하게 멀어져 간다
홀로 술마시는 가을 남자는
그래서 더 쓸쓸하다
가을 여자가
가을 남자가 가을이면
앓는 병..
가을에는 다 그럴까..?
-아침 좋은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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