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에 떠나면 좋을 운치있는 숲길 4선
국내 대표적 낙엽 숲길을 꼽자면 단연 '상림(上林)'을 들 수 있다.
지리산 자락 경남 함양읍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제 154호 상림은 익어가는 가을을 만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상림은 신라 말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인공림으로 함양읍내 위천 천변을 따라 길이 1.6km,
폭 100~200m 내외로 아름드리 숲이 펼쳐져 있다. '1000년의 숲' 상림에는 갈참나무, 단풍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서어나무, 신갈나무, 쪽동백 등 100여종 2만여 그루의 아름드리 활엽수가 들어차 있다.
워낙 장구한 세월 동안 터를 닦아 온지라 잘 보존된 천연림 못지않게 빼어난 자연의 풍치를 자랑한다.
상림 낙엽길의 진수를 느끼려거든 이른 아침이 좋다. 위천과 숲에 짙은 아침 안개가 내려앉을 무렵
산책을 시작해 천천히 숲길을 한 바퀴 돌아서는 기분은 가히 환상적이다. 일교차가 큰 이즈음엔
위천에서 물안개가 짙게 몰려 와 오전 7~8시경에도 오리무중인 경우가 많다. 이런 날이면
오전 9시경 아침 햇살이 안개 숲을 뚫고 쏟아져 내리는 즈음 운치있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팔공산 은해사와 암자길
만추에 자연이 준 호사를 제대로 누릴 만한 곳을 꼽자면 경북 영천 은해사와 그 주변 암자를
빼놓을 수 없다. 영천시 청통면 팔공산 동쪽자락에 자리한 은해사는 신라 41대 헌덕왕 1년(809년)
혜철국사가 해안평에 창건한 '해안사'가 그 유래다. '안개 낀 팔공산 자락이 구름으로 뒤덮일 때
절 마당에서 바라본 광경이 마치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하다'고 해서 '은해사(銀海寺)'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은해사의 만추는 운무가 드리워진 날 이상이다. 우선 절 어귀 울창한 송림이 압권이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아름드리 솔숲 아래 작은 관목들이 알록달록 가을 색을 뽐내고 있어 선 굵은 소나무와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일주문에서 보화루에 이르는 수백 미터 숲길은 조선 숙종(1714년) 임금 때 조성된 300년 내력의 송림이다.
은해사의 암자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백흥암이다. 신라 경문왕 9년(869년) 창건한
고찰로, 은해사 북서쪽으로 숲길을 따라 2.5km 쯤 올라간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영천사람들은 '은해사~백흥암~중암암'으로 이어지는 5km 남짓 숲길을 최고의
트레킹코스로 꼽는다. 비구니 선원 백흥암은 얼핏 보기에 사찰이라기보다는 서원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단청을 하지 않은 절집의 자태가 고색창연한 한옥의 기품을 한껏 풍긴다.
늦가을 불타는 팔공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중암암(中巖庵)'이다.
말 그대로 바위위에 세워진 암자. 은해사의 여러 암자 중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해발 780m의 높은 산정부에 위치하고 있지만 가는 길만큼은 수월하다.
백흥암에서 산길을 따라 2.3km, 한 시간 정도를 오르면 된다.
중암암은 '돌구멍 절'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작은 돌 틈을 지나고서야 벼랑 위에 앉은
작은 암자를 만날 수 있다.
늦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암자 마루는 더 할 수 없이 여유로운 공간이다.
한 소끔씩 불어오는 산바람에 울리는 풍경소리가 고요한 산중의 적막을 가를 뿐,
산사의 고적미를 느끼기에 최고다.
◆속리산 오리숲
예로부터 속리산(俗離山)은 진정 속세와 단절이 가능한 명산으로 꼽혀왔다.
그 초입인 오리숲을 '속리(俗離)', 세상과의 이별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삼았다.
특히 늦가을 오리숲을 지나며 이따금씩 맞게 되는 '쏴~' 하는
낙엽 비에 마음의 찌든 때와 세속의 인연을 씻어내고 산문에 들었다.
아침 햇살이 부스스한 안개 숲을 뚫고 쏟아지는 숲길은 운치있다. 살짝 이슬이 내려앉은 낙엽과
잎새는 더욱 생기 있게 빛나고 마치 부드러운 낙엽 카펫을 걷기라도 하듯 발걸음 또한 가뿐하다.
때문에 기왕 만추 숲길의 묘미를 느끼고자 나섰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법주사 매표소를 지나며 오리숲의 진수가 펼쳐진다. 아름드리 숲길 한쪽 물가 옆으로 난 탐방로도
괜찮다. 낙엽이 깔린 오솔길인데,아침 산책에 나선 이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법주사 구경을 잠시
미루고 세심정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자면 오리숲의 운치를 지속시킬 수 있다.
고즈넉한 숲길 한편으로 상수원이 있어 이른 아침 펼쳐지는 물안개의 광경을 목도할 수 있다.
속리산의 또 다른 이름처럼 불리는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고찰로 오리숲 여정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부처님의 법이 머문다(法住)'는 뜻을 가진 명찰이다.
◆계룡산 동학사 가는 길
만추에 운치 있는 숲길을 꼽자면 계룡산 동학사 찾는 길도 빼놓을 수 없다.
천년고찰 동학사는 행정구역상은 충남 공주시(반포면 학봉리)이지만 대전 유성구의 지척이다.
계룡산 동쪽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어 11월 내려앉는 단풍 숲길이 압권이다.
특히 맑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사찰 진입로는 아름드리 숲길이 1.5km 가량 펼쳐져 상쾌한
절집기행에 그만이다. 흔히 소나무가 밀생하는 여느 사찰 길과는 달리 졸참나무, 때죽나무,
물푸레나무, 쥐똥나무 등 활엽수가 많아 만추에 화려한 단풍숲길이 펼쳐진다.
특히 비 내린 후 담아내는 늦가을의 운치가 압권이다. 봄이면 박정자삼거리에서 동학사에
이르는 약 3km의 벚꽃 터널이 이제는 수수한 낙엽 길로 변해 정취를 더한다.
좀 더 편안한 가을산행의 정취를 맛보고 싶다면 '동학사~남매탑' 코스도 무난하다.
계룡산 동학사 통제소 입구~천정골~큰배재~남매탑~동학사 삼거리~통제소 입구로
돌아오는 6.5km 구간이 쉬엄쉬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동학사 절집도 유명세아는 달리 화려하지 않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만추의
계룡산은 알록달록 채색된 기암절경이 일품이다. '동학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구니 강원(승가대학)이다. 15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과 포교에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정진하고 있다. 낙엽 깔린 산사 주변을 포행 하는 스님들의 모습에서는
한없는 편안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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