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작가 10명이 추천한 국내 여행지
춘삼월입니다. 레저 피플에게 3월은 정월이지요. 새 신 신고 어디로 폴짝 뛰어볼까 설계하는
시즌이잖아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10명이 추천하는 국내 여행지를 말입니다.
잘 알려진 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글을 청탁할 때 부러 ‘봄에 갈만한 여행지’ 말고는
다른 단서를 달지 않았습니다. 『객주』『홍어』로 잘 알려진 소설가 김주영(68)은 경북 영월에서
봉화·영양·청송으로 이어지는 길이 280㎞의 외씨버선길을 추천했습니다.
작가는 ‘관광지 곁에 있지만 그것들과 매몰스럽게 등 돌리고 앉은’ 외씨버선길은 아직도 ‘대낮에도 도깨비가
나타날 것 같은 정적이 감돈다’고 합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추천사입니다.
소설가 구효서(59)에게 전북 진안 운일암·반일암은 대학 복학생 시절 청춘의
로맨스가 진하게 배인 장소랍니다. 결혼 후 다시 찾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소설가 성석제(57)와 윤대녕(55)은 각각 자신들의 고향인 경북 상주 우복동과
충남 예산을 추천했습니다. 두 작가는 ‘서울 사람 태반이 어디인지 모를 테지만 내 고향은
내 문학적 감수성의 원천’이라고 고백합니다.
모든 작가에게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두 사람에게 고향은 더 특별한 듯 합니다.
성석제와 윤대녕의 소설을 떠올리면 알 수 있습니다.
글을 보내온 10명의 작가 중 막내뻘인 시인 김민정(41) 역시 유년시절 추억이 배인
고향이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 합니다. 인천 ‘똥마당(북성포구)’이 고향인 그는 “인천은
물텅벙이(아구) 말고도 자랑한 게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시인 김용택이 추천한 섬진강
'섬진강 시인' 김용택(68), '지리산 시인' 이원규(55) 작가에게도 봄날에 가고 싶은
여행지를 부탁했습니다. 섬진강이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김용택 작가는 섬진강 중·하류 길을
걸어보라 권합니다. 벚꽃 필 무렵이면 사람 미어터지는 ‘구례·곡성에서 하동·광양까지의 꽃길’입니다.
워낙 알려진 데다 복잡해서 웬만하면 피하고 싶지만 김용택 시인이 추천하는 섬진강이라면
다시 여장을 챙기고 더듬어 가고 싶어집니다.
이원규(55) 시인은 매화나무 가지에 매달린 고양이 사진 한컷과 함께 원고를 보내왔습니다.
‘내가 먼저 봄이어야 그대 또한 봄이다’라는 근사한 제목과 함께 말이죠.
그가 추천하는 ‘봄날 지리산에서 가장 운치있는 길’은 어디일까요?
또 소설가 한창훈(54)은 ‘여수 삼치회 끝물을 놓치지 말라’ 유혹합니다.
시인 문태준(48)은 “제주갈 때마다 들른다”는 사려니숲길, 소설가 조경란(48)은
제주에서 3년을 지내며 정든 서귀포 올레길을 추천했습니다.
애초 10명의 작가가 추천한 여행지를 한꺼번에 쏟아부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주부터 한 주에 한 개씩만 내놓기로 했습니다.
여행과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애닳게 하려는 꼼수가 아닙니다.
보다 귀하게 쓰려 속도를 조금 늦추는 것 뿐입니다.
그 첫회는 작가 김주영의 외씨버선길입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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