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칼럼

찰나찰나 자유를 누리는 현명한 사람

선바우1 2018. 2. 25. 22:46



 

찰나찰나 자유를 누리는 현명한 사람


“일체는 본래 공(空)하여

잠시도 쉴 사이 없이 나투며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만약 나투지 않는다면

이 몸이나 우주가 형성될 수도 없고 또한 바뀔 수도 없다.

쉴 사이 없이 바뀌고 돌아가기에

어느 때를 꼭 집어 ‘이것이다’ ‘나이다’라고 할 수 없어서

공이요, 오직 나툰다고 할 뿐이다.

 

  처음과 끝이 따로 없다.

시발점이 종점이고 종점이 시발점이다.

들어가면 나오고 나오면 들어간다.

무의 세계 유의 세계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그냥 찰나찰나 변하는 이법(理法)만이 여여하다.

 

 찰나로 변한다는 것은

찰나에 죽어간다는 뜻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찰나에 되살아 난다는 뜻도 된다.

어리석은 사람은 찰나로 죽어가는 이치에 매달려 살지만

현명한 사람은 찰나에 되사는 이치로써 자유롭게 산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어떤 사물을 상대할 때에

대체로 고정된 생각에 사로잡힌다.

사람은 언제나 같은 사람이며 그것은 언제나 그것으로서,

이것은 언제나 이것으로서 존재한다고 믿는다.

 

  우리들의 의식세계 속에서 한 대상은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른다.

찰나찰나 변하고 나투는 이법(理法)의 존재로서가 아니라

연속되는 실체로서 뚜렷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것은대상에 대한 나의 지각일뿐

막상 대상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은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어느 것이라도

고정되게 존재하는 것은 없다.

변함없는 것은 오로지

모든 사물은 변한다는 사실 그것 뿐이다.

 

‘나’라고 할 때의 나의 실체는 무엇인가?

육신인가 영혼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워하는 사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의 육신인가 영혼인가, 아니면 그의 성품인가?

 

 ‘나’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도 그렇고

찰나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거기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오로지 시제(時際)가 없는 지금의 나,

순간의 그가 있을뿐이다.

그것을 우리가 연속적인,

고정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것은

그 대상과 나의 지각 현상이 어우려져 만들어 낸 개념,

메시지 같은 것일 뿐이다.

 

 영화배우가 분 바르고 연지 찍고 나와서

대본대로 역할을 할 때

우리는 악역을 맡는 배우를 어느새 미워하게 된다.

선한 역할을 맡은 배우는 영화 속에서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그 배우는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부터

악인도 선인도 아니다.

미워할 대상도 좋아할 대상도 아닌 것이다.

 

 잠시나마 그를 좋아하고 미워했던 것은

대상인 그 배우가 밉거나 좋아서가 아니라

그 대상을 보고 내가 만들어 낸 개념이 그랬을 뿐이다.

우리가 고정된 것으로 보고 생각하는 것들은

다 영화 속의 장면같이 영화속의 배우같이

실상이 아닌 허상에 불과하다.

  

하루 밤 꿈 속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생시가 꿈이고 꿈이 생시와 다르지 않다고 하는 것은

바로 찰나찰나의 나툼이 있을뿐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본래로 나툼일 뿐이라면

유의 세계다 무의 세계다 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고정된 것이 없는데 어떻게 유,무가 따로 있겠는가.

  

 본래로 나툼일 뿐이라면

'과거다 현재다 미래다하는'

시간의 흐름도 무의미해진다.

고정된 것이 없는데 어떻게 사물의 어제,

사물의 내일이 따로 있겠는가.

고로 내가 지어낸 개념이라는 것도

실은 고정될 수가 없다.

  

다만 기억이라는 작용을 통해

고정된 것으로 만들어질 뿐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집을 부린다.

고정된 ‘나’가 있고 ‘대상’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고 거기에 얽매여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그런 실상을 알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깃발 때문도 바람때문도 '아니라

마음이 움직인 것인줄 알기 때문에

찰나찰나 자유를 누리며 산다.

 

 무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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