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락파심(月落波心)/ 일붕 서경보 큰스님
구름이 영상에 나서 떠돌지 아니하면
달이 파도 가운데 떨어져 비침이 있으리라.
원래 禪家 에서는 말이 없이 참구하는 것이 본령이요,
언어로써 설법하는 것은 대단케 여기지 않는 것이니
입으로 떠드는 것 보다 몸으로 실행하고 마음으로 깨달아
나가는것이 의의가 깊은 것이다. 그러나 무언실행 만 주장하면
초심납자가 의지할곳이 없을 것이므로 옛사람이 깨달아간 사연을
들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옛날 중국에 자명화상의 제자인 진상좌라는 남자가 있어서
참선공부에 힘쓰고 있었다. 한번은 결제때가 되어서 금란의
라는 땅의 선방에 들어가서 방부를 드리고 좌선을 해 나아가는
도중이었다 ,어느 날 방선(放禪)시간에 선시자라는 납자와
문답이 벌어졌는데.진상좌가 선시자의 물음에 말이 막혀서
대답을 못하여 여지없이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진상좌는 은사인 자명스님 처소로 돌아오고 말았다.
자명스님은 이것을 보고 꾸짖어 말씀하시되,
"너는 어찌하여 선방에 들어가서 결제중에 한달도 못되어 빠져
나왔느냐"? 이것은 총림의 규칙을 파괴하는 것이요,
또한 자기의 면목을 실추시키는 일이니,이래 가지고서는 납자의
체면이 되겠느냐?" 하였더니 '저는 선방을 들어갔다 나왔으나
생사대사 (生死大事)를 깨달아 보려는 마음뿐인데 아직 이것을
깨닫지 못해서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갈팡질팡할 뿐입니다'
"너는 입버릇이 되어 생사대사 운운하지만 수도상에 불법이
중요한 초점 목적을 어디다 두고 찾아 들어가려 하느냐?"
"구름이 고개 위에 생기지 아니하면 달이 파도 가운데 떨어짐이 있도다"
했다 . 이 말을 들은 자명화상은,"내가 이미 얼굴에 주름이 잡혀서
이가 빠지려는 나이를 가지고도 아직 이따위 견해를 가졌느냐?"
하고 질책을 했다,구러자 진상좌는 다시 사뢰되,
'원컨대,스님께서 대자대비로써 저의 밝지 못한 것을 깨우쳐
주십시요'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가르쳐 주기를 원했다.
그리했더니 화상께서 측은히 여기시고 말씀하시되,
"내가 너에게 묻듯이 네가 다시 나에게 물어라" 하셨다
그러므로 진상좌는 ,'어떠한 것이 이 불법의 가장 큰 대의 입니까?'
하였더니 스님은 이에,"구름이 영상에 나지아니하니 달이 파도 가운데
떨어짐이 있도다" 하였더니 진상좌가 그 말아래에 확철대오 했다한다.
그러면 진상좌가 처음에 대답한 말이나 자명스님이 나중에 대답한
말이 다 운무생영상 월유낙파심 (雲無生嶺上 月有落波心) 이거늘
진상좌가 답한 말에 대해서는 자명스님이 질책하였는데 자명스님이
답한 말에는 진상좌가 깨달았으니 그 차이와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것은 한번 검토해볼 문제다.
이것을 군말로써 해석할 것 같으면,
진상좌의 경우는 구름이 영상에 출생함이 없으면 달이 파도 가운데
떨어짐이 있으리라 한 것이니,원각산중에 본래 청정한
묘정명심(妙淨 明心) 이 달과 같이 어떤 강물의 파도 가운데라도
비칠 수가 있는 것이라,그야말로 만리무운 만리천(萬里無雲 萬里千)
이요,천강유수 천강월 (千江有水 千江月) 이라 ,
하늘에 구름이 없어 달이 밝으면 천강만파 가운데 비칠수가 있는 것이니.
하늘에 구름이 기리어 인간의 천연불성은 아무리 밝아 있더라도
3독(三毒)과 5욕(五欲)의 번뇌 구름이 가리어서 제대로
비칠수가 없는 것처럼 번뇌의 구름을 다 떨어버려 없애야만
마음달이 비칠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명스님의 경우는
다 같은 글이라도 해석 여하에 뜻이 달라 지는 것이니,
구름이 영상에 출생함이 없는 지라 ,달이 파도 가운데 떨어져
비출 수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 사람이 갖고 있는 금강불괴의
마음은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날려가지 않고,칼로 베어도 베어지지않는
마음 달이 거늘 어찌 번뇌의 구름이 가린다고 비추지 못할것이냐.
번뇌란 것은 망성(忘性)이라,망성은 본래 空 한 것이거늘
어찌 마음 달을 가리어서 만류의 파도 가운데 떨어져 비추지 못할
이치가 있겠느냐는 뜻이다.산빛과 물빛이 다른 물건이 아니요
달이 밝고 바람이 맑은 것이 이 부처의 마음이라
번뇌의 구름이 있더라도 거기에 사로 잡히지 아니하고 그것이
허망한 것을 깨달으면 번뇌가 곧 보리가 될수있고,생사가 곧
열반이 될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 납자가 공부하는데 장애가 되는것은 진(眞)과 망(妄)을
갈라 나누어 보는 것과,언제든지 자기는 중생이고 ,부처가
아니라는 것과 미(迷)를 갖고 깨달음을 구하는 것이다.
자기는 언제든지 중생이요,자기는 언제든지 미 한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깨달음을 달리 구하는 것이 병 인 것이니,
이 생각이 가시기 전에는 절대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상좌는 번뇌의 구름을 없애야만 달이 비추인다는 데서
자명스님에게 꾸지람을 들었고 ,자명스님은 같은 글이라도
본래 번뇌가 없으니까 달이 비춘다고 대답하는데서 진상좌가
깨달은 것이다.학문의 글이라는 것은 문법이 정확하지 아니해서
토를 다는데 따라서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볼수가 있는 것이니,
칠십생남비오자(七十生男非吾子)를 70에 생남이니까
나의 아들이 아니라고도 볼수가 있고,70에 생남했을지라도
내 아들이 아니겠느냐?(70에 生男이라도非吾子 리요) 이렇게도
볼수가 있는 것이다.그러므로 운무생령상(雲無生嶺上)이면
월유낙파심(月有落波心)이라고 보면 구름이 영상에서
없어져야 달이 파도 가운데 비친다고 보게 되고 ,운무생영상하니
월유낙파심이라고 하면 구름은 환(幻)과 같은것이라 설사 영상에
있더라도 없는 거와 같은 것이요,
본래 있는 달을 가릴수가 없는 것이니 구름이 있더라도
망본공(妄本空)의 번뇌로 보면 심본적(心本寂)의
광명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
그러므로 미 迷 를가지고 오(悟)를
구하면 아니 되는것이요, 망(妄)을 띄고 진 眞 을 구하는것도
아니되는 것이요,억지로 깨달음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되는 것이다.
공부를 꾸준히 계속하여 시절인연이 이르게 되면 어떤법문을 듣거나
어떤 기연에 부딪치면 깨치게 되는 것이다.
옛날에 어떤 수행납자가 귀종화상에게,
' 어떤것이 부처 입니까? ' 하였더니
"내가 일러주기는 어렵지 아니하나 네가 믿을는지가 문제로다"
'천지 를 멀다 하지않고 일부러 스님을 뵈오러 찾아왔는데
어찌 스님의 말씀을 믿지 않겠습니까?' 했다 그래서 귀종화상이
큰소리로 이르되, "내가 곧 부처니라" 하였더니 납자가 그말에
크게 깨치고 다시 묻되, '어떻게 보임(保任) 하오리까? "
" 한 가리움이 눈에 있으면 천화(千花)가 어지럽게 떨어지리라"
하였더니 , 그납자는 철저하게 보임하여 대종사가 되었다.
그러므로 참선은 솔직하게 선지식의 말씀을 듣고 순수하게 공부하면
깨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그러므로 도신대사께서는
그가 지은 <신심명>에 말씀하시되,
지극한 도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오직 간택함을 꺼리는 것이니 다만 미워하고 사랑하는것만
없으면 현출하게 명백하리라.
하시었으니 바로믿고 바로 알면 누구든지 견성성불(見性成佛)
할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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