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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토피아 '남해'

선바우1 2018. 3. 25. 20:02




일출 명소에 소원 명당까지…봄토피아 '남해'




남해 금산 전경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남해 금산 전경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봄은 왔는데 서울 근교 산엔 아직 감이 오지 않았다.
그 봄을 앞서 맛보려고 남해 금산(錦山)으로 달린다. 남으로 달리다 덕유산을 넘으면
풍광이 한 번 바뀐다. 지리산마저 돌아서면 색 또한 달라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남해.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꼽힌 남해 해안도로를 달리면 기분 좋을 만큼 따뜻해진 바람이 봄이
부쩍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길 주변 밭마다 마늘이며 시금치 등이 푸른빛을 더해준다.

◆ 이름만큼 고운 산 '기도발' 소문 자자


금산은 빼어난 섬 남해에서도 남쪽 끝에 우뚝 솟아 있다.

그래서 705m 산정에 서면 거칠 것 없이 아름다운 한려수도를 내려다볼 수 있다.

그러니 전망과 풍광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오죽 고왔으면 비단 금(錦)자를 붙여 불렀을까 싶다.

그런데 금산이란 이름엔 사연이 있다고 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 산에서 백일기도를 드린 뒤 조선왕조를 개국하게 되자

영험을 높이 사 온 산을 비단으로 두르지는 못하고 대신 금산이라 부르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그래서인지 남해 금산은 기도발이 세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한국 3대 관음성지로 꼽히는 이 산 정상 보리암엔 전국에서 기도하러 오는 불자

들이 끊이질 않는다. 원효대사가 이곳에 보광사란 절을 짓고 산 이름을 보광산

으로 불렀던 인연이 있어서일까.문외한인 산객이 보더라도 금산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빼어날 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풍광까지 구비한 듯하다. 남해의 섬 중

에선 높을 뿐 아니라 남쪽 끝에 우뚝 솟아 먼저 크고 작은 주위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가까이 남동쪽 미조항 뒤로는 조도 호도 등이 쪽배처럼 떠 있고 그 뒤로

제법 큰 욕지도가 호위하듯 펼쳐져 있다. 동쪽으로는 역시 섬 산행지로 많이 꼽히

는 사량도 지리망산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눈을 서쪽으로 돌리면 가까이

상주해안 뒤로 작은 섬 노도가 떠 있고 저 멀리 여수 돌산도와 금오도도 잡힐 듯하다.



◆ 가볍게 올라가 멋진 풍광 즐기는 산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 자생군락  [사진 제공 = 피엔제이커뮤니케이션즈]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 자생군락 [사진 제공 = 피엔제이커뮤니케이션즈]


그 멋진 풍광을 작은 노력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금산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다.

금산 들머리는 세 곳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등산은 상주해수욕장 지척에 있는 상주

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2㎞ 내외의 급하지 않은 구간이라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30분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해안에서 상당히 올라온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이다.등산로로 들어서니 진달래며 생강나무 등 봄을

알리는 꽃나무들이 한껏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그 뒤엔 소금기를 먹어서인지 푸른빛을 띤 껍질로 치장한 해송이며 갈참나무 등이

빽빽하다. 등산로는 국립공원이라 그런지 제법 잘 정비돼 있다. 이 때문에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는 서울 근교 여느 산을 오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38경 간직한 기암괴석 산세


그러나 정상부를 눈앞에 두면서부터 금산의 진면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정상부에 엄청난 볼거리를 간직한 게 금산의 두 번째 매력 포인트다.

남해군이 38경을 내세울 정도다.

우선 정상에 가까이 다가가면 우뚝 솟은 사선암과 만장대가 좌우를 호위하듯

병풍처럼 둘러친 가운데 보리암의 관문 쌍홍문이 나타난다. 여느 절의 천왕문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쌍무지개라는 뜻 그대로 문은 커다란 바위에 구름다리처럼

뚫린 두 개의 굴로 이뤄져 있다. 그 굴을 지나야 보리암과 산정에 오를 수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굴에 약간의 손질만 더한 듯 굴 안은 머리를 숙여야 지날 수 있다.

스스로를 낮추라고 가르치는 듯하다. 쌍홍문을 지나면 보리암과 상사암 쪽으로

길이 갈린다. 어차피 금산을 차근차근 즐길 것이니 보리암을 뒤로하고 먼저

제석봉을 거쳐 상사암으로 향한다. 제석봉은 보리암과 일출 광경을 함께 담는

사진 포인트인데 일출이 아니더라도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제석봉 바위를 돌아서면 최근 금산의 화두로 떠오른 금산산장이 나온다.

수학여행 오는 학생들이 단체로 묵던 작은 여관인데 이곳에서 남해를 바라보며

마시는 막걸리 맛이 입소문을 타 퍼지는 중이라고 한다.

산채를 곁들여 마시는 술맛도 맛이려니와 분위기가 그만이다.


◆ 보리암 일출과 부소암 낙조도 진경


보리암을 감싸고 있는 금산 정상부의 모습


보리암을 감싸고 있는 금산 정상부의 모습


금산산장을 지나면 향로봉이 우뚝 솟아 있는데 두 주먹을 불끈 쥔 듯 근육질 형태 바위가
인상적이다. 그곳을 지나면 금산 제일의 사진 포인트 상사암이 나온다. 이집트 스핑크스
형상을 하고 남해를 굽어보는 상사암에서 바라보는 금산 정상부와 보리암은 한 폭의 그림같다.

상사암 뒤로는 금산의 숨은 명소 부소암이 솟아 있다. 금산 보리암이 소문난 일출 명소인데

부소암에서 보는 낙조 또한 일품이다. 그 낙조까지 즐기려면 금산산장에서 하루를 묵거나 랜턴

을 준비해야 한다.서쪽 상사암에서 정상까지는 능선을 따라 편한 등산로가 펼쳐져 있다.

그 길 옆엔 봄을 알리는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어나 있다. 중간엔 단군성전이 있어 잠시 둘러

보기에 좋다. 금산 정상엔 열쇠구멍 모양으로 만든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일출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그 옆에는 기이하게 생긴 선돌 형태의 큰 바위 두 개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두 바위 사이에 조그마한 틈이 있는데 그리로 빠져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절제를 가르치는 산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정상 바로 밑에 자리 잡은 보리암에선 마음을 풀고

남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바로 앞 해수관음상에서 기도하려고 줄지어 마음을 모으지 않는

한 누구나 여유를 부릴 만하다.


▶▶ 금산 투어 빠질 수 없는 먹방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남해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특히 살 오른 멸치를 자글자글 조려내 상추나 배추 등에 싸서 먹는 멸치쌈밥이 유명한데

가격도 비싸지 않아 만족도가 높다. 게다가 숙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남해 여행의

장점이다. 남해 전역에 많은 펜션이 들어서 있어 가격 부담도 크지 않다.

자그마한 시골 호텔도 부담 없는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글·사진 = 등산가 정진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