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書畵

白鷺(백로) 李亮淵(이양연, 1771~1853)

선바우1 2019. 1. 2. 15:48




白鷺(백로) 李亮淵(이양연, 1771~1853)

蓑衣混草色(사의혼초색) 白鷺下溪止(백로하계지) 或恐驚飛去(혹공경비거) 欲起還不起(욕기환불기) 풀잎 색깔 섞인 도롱이 백로가 냇가에 내려 앉네 혹여 놀라 날아갈까 두려워 일어나고 싶지만 주저 앉았네.

비 오는 날, 풀잎 엮어 만든 새 도롱이를 쓰고서 냇가에 나가 물꼬를 잡고 있자니 백로 한 마리가 날아와 옆에 내려앉는다. 사람이 아니고 그저 풀 한 포기로 생각했나 보다. 사람과 풀이 하나가 되었다. 일하다 말고 백로를 쳐다본다. 몸을 움직이면 백로가 놀랄까 걱정되어 일어나고 싶어도 꼼짝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다. 백로를 배려하는 이 농부의 마음씨라면 이웃에게는 어떨지 말 안 해도 뻔하겠다. 한갓 미물일지라도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 자연과 인간의 합일, 조용히 미소 짓게 하는 포근한 시다. * 蓑衣(사의):도롱이. 풀잎이나 짚으로 엮어 비를 가리는 옷. * 還(환):돌아오다. 도로 가다. 여기서는 다시, 도리어의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