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畵의 세계]
한국만의 유일한 그림
민화
정통회화의 조류를 모방하여 생활공간의 장식을 위해, 또는 민속적인 관습에 따라
제작된 실용화(實用畵)를 말한다. 조선 후기 서민층에 유행하였으며,
이규경(李圭景:1788∼1865)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이를 속화(俗畵)라 하고, 여염집의 병풍·족자·벽에 붙인다고 하였다.
대부분이 정식 그림교육을 받지 못한 무명화가나 떠돌이화가들이 그렸으며,
서민들의 일상생활양식과 관습 등의 항상성(恒常性)에 바탕을 두고 발전하였기
때문에 창의성보다는 되풀이하여 그려져 형식화한 유형에 따라 인습적으로 계승되었다.
따라서 민화는 정통회화에 비해 수준과 시대 차이가 더 심하다.
민화는 장식장소와 용도에 따라 종류를 달리하는데 이를 화목(畵目)별로 분류하면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어해도(魚蟹圖)·작호도(鵲虎圖)·십장생도(十長生圖)
·산수도(山水圖)·풍속도(風俗圖)·고사도(故事圖)·문자도(文字圖)·책가도(冊架圖)·
무속도(巫俗圖) 등이 있다.
① 화조영모도
민화 가운데 종목이 가장 많으며 꽃과 함께 의좋게 노니는 한 쌍의 새를 소재로 한
화조도가 많다. 화조도는 매화·동백·진달래·개나리·오동·솔·버드나무·메꽃·해당화 등과
봉황·원앙·공작·학·제비·참새·까치 등을 물이나 바위와 함께 그렸다.
또한 주로 병풍으로 재구성되어 신혼부부의 신방 또는 안방 장식용으로 쓰였다.
이 밖에도 작약·월계·모란·옥잠화·수선·들국화·난초에 나비나 메뚜기·꿀벌 등을 그린
초충도(草蟲圖)와 사슴·토끼·말·소·호랑이 등을 산수 속에 표현한 영모도가 있다.
이 소재들은 단독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많으며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도
단독으로 그려 혼례식의 대례병(大禮屛)으로 많이 사용하였다.
② 어해도
물속에 사는 붕어·메기·잉어·복어·송사리·거북·게·새우·조개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
꽃과 해초를 곁들여 그린 경우가 많다. 주로 젊은 부부의 방 장식으로 쓰였으며,
잉어를 아침 해와 함께 그리는 경우 출세를 기원한다든지 경축일의 축하용으로 사용되었다.
③ 작호도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까치와 그 밑에서 이를 바라보며 웃는 듯이 앉아 있는
호랑이를 소재로 한 그림이다.
수호신적인 역할을 했던 사신도(四神圖)의 한 변형으로 보이며, 까치의 경우
주작(朱雀)의 변용으로 풀이된다. 작호도는 잡귀의 침범이나 액을 막는 일종의
벽사용(?邪用)으로 그려졌다고 볼 수 있다.
④ 십장생도
장수(長壽)의 상징인 거북·소나무·달·해·사슴·학·돌·물·구름·불로초를 한 화면에 배치하여
장식적으로 처리한 그림이다. 세화(歲畵)로 그려지기도 하고, 회갑잔치를 장식하는
수연병(壽筵屛)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⑤ 산수도
금강산이나 관동팔경(關東八景)과 같은 산천을 소재로 그린
실경산수(實景山水)와 중국식(中國式) 산수로 나눌 수 있다.
병풍으로 꾸며져 객실이나 사랑방용으로 많이 쓰였다.
⑥ 풍속도
농사짓고 베짜는 모습을 그린 경직도(耕織圖)와, 태어나서 출세하고
죽을 때까지의 일생을 그린 평생도(平生圖), 사냥하는 장면을 그린 수렵도(狩獵圖),
일상생활의 장면이라든가 사철의 풍속을 그린 세시풍속도(歲時風俗圖) 등이 있다.
⑦ 고사도
고사와 민화(民話), 소설 등의 내용을 간추려 표현한 그림으로,
교화용(敎化用)으로 많이 제작되었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이야기를 담은 열락도(悅樂圖)를 비롯하여
그리고 삼국지(三國志)·구운몽(九雲夢)·토끼와 거북 이야기
그림 등이 있다.
⑧ 문자도
글자의 의미와 관계가 있는 고사 등의 내용을 자획(字畵) 속에 그려넣어
서체(書體)를 구성하는 그림으로, 수(壽) 또는 복(福)자를 도식화한 수복도와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儀)·염(廉)·치(恥)를 도식화한
효제도(孝悌圖)는 교화용으로 제작되어 주로 어린이방을 장식하였으며,
이러한 문자도는 혁필화(革筆畵)라고 하는 서체 위주의
비백도(飛白圖)로 변용되기도 했다.
⑨ 책가도
책거리라고도 하는데, 책을 중심한 문방사우도(文房四友圖)나 문방구도에서 온 것이다.
책뿐만 아니라 책과 관계없는 술잔·바둑판·담뱃대·부채·항아리는 물론이고
여자치마·꽃신·족두리까지 그려 어떻게 조화가 이루어지는가를 표현한 그림이다.
⑩ 무속도
산신(山神)이나 용신(龍神)을 비롯한 무교(巫敎)의 여러 신과, 도교(道敎)의 신들,
그리고 불교의 불보살(佛菩薩)들을 무속화한 그림으로 신당이나 무당집에 걸렸다.
점쟁이들의 점복도(占卜圖)·부적(符籍)도 무속도의 일종이다.
이러한 화목들 이외에 백자천손(百子千孫)을 기원하는 백자용도(百子龍圖)라든지,
호피도(虎皮圖)·문양도(紋樣圖)·괴석도(怪石圖), 인두로 그리는 낙화(烙畵) 등도
민화의 범주에 든다.
다양한 유형으로 이루어진 민화는 생활형식의 오랜 역사와 밀착되어 형성되었다.
하여 내용이나 발상 등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내재해 있다.
민화는 정통회화에 비해 묘사의 세련도나 격조는 뒤떨어지지만,
익살스럽고도 소박한 형태와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구성, 아름다운 색채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양식은 오히려 한국적 미의 특색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다.
연구자에 따라서는 민화를 우리 민족의 미의식과 정감이 가시적(可視的)으로 표현된
진정한 의미의 민족화로 보고, 일본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가
'오오쓰에[大津繪]'라는 일본의 민속적 회화에 붙였던 명칭에서 비롯된 민화를
'겨레그림'으로 바꿔 부르자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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