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가을에 서서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 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도 옅어 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 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
~이해인~
'그리움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까운듯 멀어진 사람들 (0) | 2019.10.27 |
---|---|
흙과 바람 (0) | 2019.10.26 |
내가 사랑하는 너는 (0) | 2019.10.14 |
가을이 주는 마음/용혜원 (0) | 2019.10.07 |
님의침묵 /한용운 (0) | 2019.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