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지瑞石池는 상서로운 돌들의 연못이라는 의미이다. 서석지에는 무려 90여개의 돌이 있다. 물 위에 떠 있는 게 60여개, 물에 잠긴 게 30여개이다. 선유석, 통진교 ,난가암 ,상경석 ,옥계척, 탁영반, 화예석, 희접암 ,상운석……. 연못을 파보니 나온 얼핏 평범한 돌들인데 제각기 상서롭고 심오한 이름까지 붙어있다.
선조들은 돌에 대한 애착을 지니고 있었다. 특별한 형체도 색깔도 없고 움직이거나 과시하는 일도 없기에, 풍상을 겪고도 언제나 그대로인 돌의 모습에서 지조와 절개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것이 또한 자연의 본래 모습이기에, 아무렇게나 놓인 것 같은 돌이건만 자연적인 것을 중시하는 전통 정원의 핵심 경물이 되었다.
서석지의 돌 하나하나에는 이름 뿐 아니라 시詩가 붙어 있다. 서석지 정원의 각 부분을 노래한 <경정잡영>敬亭雜詠에 담긴 시들이다. 혹자는 이 시적 풍경을 음미하지 않고는 서석지 정원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까지 얘기한다. 이른바 ‘시경’詩景이다.
서석지는 연못을 거닐다 돌에 내려서서 시를 읊는 정원이었다. 구름, 하늘, 바람을 담은 돌의 풍취 앞에 물끄러미 쪼그리고 앉으면, 돌 하나가 가만히 시간을 멈춰 세운다.
서석지가 이름난 것은 연못이 있는 내원內園의 아름다움 때문만이 아니다. 서석지는 몇 십 만평에 달하는 외원外園을 거느리고 있다. 영양 입암면의 문암에서 시작해 서석지로 들어가는 길 주변과 일월산까지 계곡을 따라 펼쳐진 기암괴석의 그림같은 경관이 그것이다. 서석지로 향하는 길에 선바위가 보인다. 영등산에서 시작된 산맥과 일월산에서 시작된 산맥이 만나고, 청기천이라는 강물이 만나 세 갈래의 기가 모이는 곳이라한다. 선바위는 외원의 핵심을 알리는 곳이자, 내원으로 드는 입구이기도 하다.
석문선생은 이 외원의 경관 곳곳에도 이름과 시를 지어 붙였다. 내원을 구성하는 돌들은 이 외원을 이루는 기암괴석과 자연 경관의 축소판이다. 가령 외원의 구포암龜浦巖은 내원의 선유석僊遊石과 그 모양과 위치가 비슷한 식이다. 게다가 외원과 내원을 이루는 암석이 영양에선 보기 힘든 화강암이다. 외원의 화강암 석맥石脈이 땅 속으로 서석지 정원의 연못까지 이어져 와 내원 연못의 돌을 이루고 있다. 결국 주변의 자연 경관을 그대로 정원 앞마당으로 끌고 들어온 셈이다.
서석지는 얼핏 연꽃과 웅장한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연못 가득한 돌이 보여주는 깊고 냉정한 풍모에 빠져들고, 서석지를 벗어나면 광대한 외원의 풍류에 젖어들게 된다. (글 :김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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