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즐기듯, 놀이하듯 / 법상스님
지금 당신의 눈앞에 무엇이 보이나요?
지금 여기에 무엇이 있죠?
'지금 있는 이것'이 진실입니다.
'지금 이대로'가 전부입니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요?
이것만을 우리는 평생토록 주구장창 살아왔으니까요.
이것이 관념적인 말인가요?
아닙니다.
이것은 생생한 경험으로, 삶으로 증명된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의 경험으로 증명된 것만이 진실입니다.
삶은 언제나 '지금 있는 이것'이었습니다.
다만, 내 생각이 '지금 있는 이것'은 싫고
'내가 생각해 둔 더 좋은 것이 있으니
그것을 가져와!'라고 말할 뿐이죠.
그러면서 '지금 있는 이것'은 싫으니
이것을 피해 도망치기 위해 애를 씁니다.
혹은 '지금 있는 이것'이 너무 좋아보여서
집착과 애착을 일으켜,
'지금 있는 이만큼 보다 더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요?
지금 있는 이만큼만 언제나 있을 뿐이죠.
우리는 그것과 늘 싸우고 있고요.
생각은 언제나, 지금 있는 만큼보다 더 많거나,
더 적게 현실을 바꾸려고 기를 씁니다.
분별심은 언제나 지금 있는 것을 집착하거나, 거부하죠.
그래봤자, 삶은 언제나
'지금 있는 이대로'를 우리 앞에 대령시킵니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든, 상관치 않고
늘 한결같이 '지금 있는 이것'만을 펼쳐보입니다.
평생토록 그래왔지요.
삶과 우리는 평생토록 싸워왔습니다.
평생 우리는 졌고, 그로 인해 괴로워했습니다.
몇 십 년 그렇게 당해왔으면
이제 눈치를 챌 때가 되지 않았나요?
'아하! 지금 있는 이것이 전부구나.
삶이란 늘 지금 있는 이것이었구나.
괜히 지금 있는 이것과 대항해 온 것이었구나'
하고 눈치채고, 깨달아, 현실과 싸우거나,
현실을 피해 달아나려 하던 모든 노력을 멈추고,
지금 있는 이것과 함께 살아주는 것입니다.
지금 있는 이것과 함께 춤을 추고 마음껏 놀아주세요.
지금 있는 이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삶에 더이상 할 일이 없어집니다.
힘쓰고, 힘빼고, 짜증내고, 싸우고, 도망칠 일이 사라집니다.
가볍게, 즐기듯, 놀이하듯,
릴렉스한 상태에서 살아가면서도
그 무위의 함이 없는 가운데
무한한 힘과 지혜와 열정이 삶을 꽃피우게 되지요.
아름다운 한 송이 장엄한 연꽃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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