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골마을은 경주최씨 칠계파(漆溪派)의 후손들이 모여사는
동성 촌락(同姓 村落)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왜적을 격파하는 공을 세워 공신이
된 태동공(台洞公) 최계 선생의 아들이며 효종 임금의 잠저시
사부인 대암(臺巖) 최동집 선생이 장래 후손의 세거지(世居地)로
삼아 1616년 정착한 이래 380여년 간 이어오고 있다.
팔공산자락 밑에 위치한 둔산동 옻골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아늑하기 그지없다. 옛 선조들의 여유로움을, 마을 입구의
고풍스러움에서 부터 느낄 수 있다.
이 곳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350년이 넘은 거대한 느티나무가 시야를 압도한다.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노라면 시원한 봄바람이 온몸은
물론 지친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아 자리를 뜨기가 싫다.
그냥 그대로 누워 잠들고 싶을 뿐이다.
| ▲ 느티나무 아래 벤치가 한껏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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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를 지나 100여 미터를 걸어가면 옻골이 시작된다.
이 앞에도 역시 350년이 지난 높이 12미터, 둘레 3미터 정도의
회화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다.
알고보니 이 나무는 이름이 있다. ‘최동집 나무’다.
이 회화나무는 경주최씨 대암공파(臺巖公派)의 파조이자 지역
사회 문풍(文風) 진작에 크게 기여한 대암 최동집 선생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 지었다고 한다.
회화나무를 지나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물론 두 길 모두
종가(宗家)에 이른다.
왼쪽으로 난 길은 한적한, 전형적인 시골길이고,
오른쪽 길은 전통 가옥의 모습을 속속들이 볼 수 있는 골목길이다.
오른쪽 길을 따라 종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곧바로
토담이 눈길을 끈다.
도심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토담, 그 위에 얹은 기와의
모습은 TV 속 사극에서나 보던 것이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한 느낌이다.
| ▲ 마을 입구 토담이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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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담을 지나면 정려각(旌閭閣)이 눈에 들어온다.
정려각은 조선 정조 임금 때 세자의 익찬이었던 백불암 최흥원 선생의
효자비각으로, 선생의 지극했던 효성을 기려 선생의 사후인 1789년
나라에서 세운 것. 정려각 안에는 정조 임금이 하사한 홍패가 걸려 있다.
정려각 바로 옆에는 조그마한 다리가 놓여 있는데 그 곳을 건너면
큼직한 연자방아가 보인다. 말이나 소가 이 연자방아를 돌려 곡식을
빻던 것으로 옛 선조들의 방앗간이다.
이곳을 지나 위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토담과 함께 오른쪽에
커다란 고택이 나온다. 바로 동계정(東溪亭)이다.
넓은 정원과 산 아래 개울이 어우러진 동계정은 백불암 선생의
아들인 동계 최주진 선생의 학문을 기려 세운 정자다.
자손들의 강학(講學) 장소로 이용되던 곳이다.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이어진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왼쪽에 또 다른 고택이 보인다.
대묘(大廟)와 별묘(別廟)다.
백불암 선생의 불천위 사당인 대묘는 1711년 세워져 가묘로
이용되고 있는데, 1737년 지어진 대암 선생을 모신 별묘와
함께 종가의 동쪽에 위치한다.
옆에는 보본당(報本堂)이 자리하고 있다.
보본당은 백불암 선생이 5대조인 대암 선생의 제사를 모시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부조위 사당과 재실, 음식을 장만하는
포사로 구성돼 있다.
이 곳 바로 옆 건물이 종가, 즉 백불고택(百弗古宅)이다.
마을 제일 안쪽에 위치한 종가는 조선 인조 때 대암 최동집
선생이 옻골에 정착하면서 지은 유서 깊은 경주최씨 종가다.
대구시 민속자료 제1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으며,
대구지역 주택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안채와 사랑채,
중사랑채, 보본당, 대묘, 별묘, 행랑채, 고방채 등이 각각
일곽의 담장 안에 배치되어 있다.
안채에는 아직 종부가 기거하며 종가를 지키고 있고,
안채 뒤뜰에는 푸른 잔디가 잘 가꾸어져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부엌 옆에는 옹기가 줄지어 늘어서 전형적인 시골 종가집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백불고택의 사랑채인 수구당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곳이 원래는 정문이다.
하지만 종가의 정문으로 곧장 발걸음을 옮긴다면 그 재미는 조금 떨어지므로
다른 고택을 본 뒤 마지막에 종가를 둘러보는 것이 탐방의 즐거움을 더하게 한다.
종가 정문을 지나 밑으로 내려오면 다시 고택 담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은 하회댁과 월연댁이라는 곳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과 조경수가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여러 고택이 자리하고 있지만, 직접 이 곳을 찾아
고색창연한 멋을 느껴보지 않고서는 표현하기 힘들다.
이번 주말에는 옻골과 같은 한적하고 옛 정취가 묻어나는
시골마을을 찾아 세상 살이의 시름을 잠시라도 털어버리는
것은 어떨까!
<찾아가는 길>
1. 자가용차
동구청에서 아양교를 지나 우회전, 지하철 1호선 방촌역이
나오면 U턴, 옻골마을 이정표를 따라 계속 직진, 경부고속도로 밑을
지나 해안초교가 나온다. 이후 계속 직진하면 마을 입구가 나온다.
2. 대중교통
동구청에서 시내버스 팔공1번(평광동 방면)을 타거나, 파티마병원
건너편에서 동구 3번을 이용한다.
[Photo Plus]
옻골 마을 종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