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조(志操)는 담백한 생활에서 밝아진다
藜口竟腸者 多氷淸玉潔 袞衣玉食者 甘婢膝奴顔
여구현장자 다빙청옥결 곤의옥식자 감비슬노안
蓋志以澹泊明 而節徒肥甘喪也
개지이담박명 이절도비감상야
명아주국과
비름나물을 먹는 사람은
얼음같이 맑고
옥같이 깨끗한 사람이 많은데,
귀한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은
계집종이 무릎으로 기고
남자종이 굽실거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뜻은 욕심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맑아지고,
절개와 지조는 기름진 고기,
맛있는 음식과 함께 사라진다.
채근담(菜根譚)
[해설]
잃을 것이 없는 사람,
구할 것도 없는 사람만큼 강한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은 상대가 누구이든
해야 할 말은 분명히 직언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입밖에도 내지 않는다.
그저 자기 양심에 호소하고,
그 양심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생활을 해나가기 위해서,
또는 사회적 지위를 위해서
자신의 본심을 위장하고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아첨을 떠는 것만큼 가련한 일은 없다.
더구나 그것이 습관화되어
굴욕감조차 느끼지를 못하여
그렇게 해서 얻은 지위와 명예를
서슴지 않고 자랑까지 한다.
이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때론 자신의 절개를 굽히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들 말하지만,
부끄러움 만이라도
알고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나쁠 악(惡) 자가 들어가서 좋은 일이 없지만
惡衣惡食(악의악식- 거친옷,험한음식)이란 문자는 좋은 것이고,
좋을 호(好) 자는 모두 좋은 것 같으나
好衣好食(호의호식- 좋은옷,기름진음식)의 경우에는 나쁘게 쓰인다.
조선 현종(顯宗) 때,
공조참판(工曹參判)을 지낸
김좌명(金佐明)에게 하인 한 사람이 있었다.
김좌명은 그가 똑똑한 것이 아까와
아전(衙前 - 관청에 딸린 하급관리)을 시키고
부잣집에 장가를 들도록 주선해 주었다.
그런데 하루는
그의 어머니가 찾아와
아들의 벼슬을 떼어 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게 여긴 김좌명이 까닭을 물었더니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 아이가 예전 가난한 때에는
보리밥, 시라기국도 달게 먹었는데,
벼슬을 하고 부잣집에 장가든 후부터는
뱅어국도 맛이 없다고 타박을 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그러다가 무슨 죄를 짓고
형장에 끌려갈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나 견딜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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