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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중앙선 따라 떠나는 늦가을 간이역 여행

선바우1 2018. 11. 20. 20:32





중앙선 따라 떠나는 늦가을 간이역 여행



늦가을 풍경 한구석에 간이역이 있다. 기우는 오후 햇살과, 떨어져 날리는
나뭇잎들 받아내며 있는 듯 없는 듯 풍경 속에 녹아든, 작고 오래된 역이다.
서울 청량리에서 양평, 원주, 단양, 안동, 영천을 거쳐 경주에 이르는 중앙선 철도를 따라
수수하고 은근하고 아련한 향기를 내뿜는 간이역 여행을 떠났다.


<Course>
남양주 능내역 → 양평 석불역 → 양평 구둔역 → 원주 동화역 → 원주 반곡역 → 군위 화본역 → 화본마을
<추천 대상>
그리운 옛 시간을 들춰보고 싶은 누구나


남양주 능내역
조안면 능내리, 다산 정약용 유적지 부근이다. 1956년 지은 낡고 소박한 역사가 남아 있다.
중앙선 철로 이설로 2008년 폐역이 된 곳이다. 역사가 등록문화재는 아니지만, 아담한 건물이 고풍스럽다.
역사를 능내역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관으로 꾸미고 승강장 일대 철길 일부를 남겨
옛 분위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데이트를 즐기는 20대 연인에서 능내역에 추억을 간직한 중년층까지
두루 찾아온다. 분위기는 괜찮지만, 역사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다.



양평 석불역
양평 구둔역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역이다. 동화 속의 집처럼 깜찍한 건물이 눈에 들어오면 그것이 석불역 역사다.
중앙선 선로 이설로 새로 지어졌다. 하루 4번(상하행) 무궁화 열차가 서는 간이역인데, 혹시라도 열차를 타고 가다
이곳에서 내린다면 대책이 없게 된다. 다음 열차는 12시간 뒤에 온다.

양평 구둔역
젊은 연인들의 여행지로 뜬 대표적인 간이역 중 한 곳이다. 역사도 예쁘고 철길 주변 경치도 좋다.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 가수 아이유의 화보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40년에 역사를 지어 역무를 시작했고,
2012년 폐역이 됐다. 높은 박공지붕 형식의 아담한 역사가 아름다운데 지금 대합실은 사진 전시관, 역무실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역사가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역 주변에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문화예술 체험장과 세미나실, 열차 옆 카페, 그리고 젊은 연인들을 위한
작은 야외 공간 ‘고백의 정원’, 소원의 나무 등 시설이 다양하다. 




원주 동화역
문막읍 동화리 만낭포(만랑포)의 작은 역이다. 1956년 건립된 역사는 등록문화재는 아니지만 수수하고
아담한 시골 역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지금도 하루 13번(상하행) 무궁화 열차가 정차하는 간이역이지만,
내년 말쯤엔 중앙선 선로 이설로 폐역이 될 예정이다. 승강장 옆 소나무(반송)는 ‘노무현 소나무’로
불린다. 2007년 이곳을 찾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멋지게 잘 자랐다’며 특별히 애정을 표시했다는 나무다.

원주 반곡역
청량리행 4회, 안동행 4회 열차가 정차하는 간이역이다.
간이역으로 불리지만 역 분류상 역장이 배치된 보통역이다. 1952년 지어진 높은 박공지붕이 돋보이는
아담한 역사(등록문화재)가 볼 만하다. 정문 양쪽에 선 늙은 벚나무 두 그루와 곧게 자라 오른 커다란
은행나무가 조용한 역 분위기를 한층 운치 있게 해준다. 역사 옆에 반곡역의 옛 모습과 중앙선
건설 당시의 사진, 설치미술 작품들을 전시해놓은 소공원이 있다. 수령 70~80년의 오동나무·잣나무·
가래나무·플라타너스·리기다소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고목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곳이다.
낡은 시멘트 기둥도 하나 있는데 역 개설 초기의 야적창고 출입문 기둥이라고 한다. 우물터는 둘러앉아
쉴 수 있는 나무의자로 꾸며놓았다. 내년 말께 중앙선 선로가 옮겨지면서 폐역이 되고,
주변 철로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군위 화본역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쌍쌍이 많이 찾는 간이역이다. 분위기도 좋고 볼거리도 많다.
화본역도 역 분류상 간이역은 아니고, 역장이 배치된 보통역이다. 하루 6번(상하행) 열차가 정차하는
화본역에는 역장을 포함해 역무원 6명이 근무한다. 아담한 역사가 매우 멋지지만 오래된 건물은 아니다.
2011년 옛 모습을 되살려 새로 지었다. 화본역의 필수 탐방 코스 중 하나가 급수탑(등록문화재)이다.
1930년대 말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25m 높이의 시멘트 구조물이다.
내부에 들어가 살펴볼 수 있다. 안쪽 벽면에는 ‘석탄 정돈’ ‘석탄 절약’ 등 오래전 써놓은 구호들이 남아 있다.


화본마을
군위 화본역 앞 화본마을은 방앗간·정미소·역전상회 등 옛 모습이 꽤 남아 있는 벽화마을이다.
《삼국유사》의 고장답게 이를 주제로 한 벽화가 곳곳에 있다. 옛 산성중학교에는 1970년대 옛 교실을
재현한 ‘추억의 시간여행’ 공간도 있다. 화본마을에선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촬영됐다.
다양한 별미국수를 만들어 내는 작은 식당, 화본국수집에도 가볼 만하다. 


전북 군산 임피역과 익산 춘포역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오래된 간이역 역사 두 곳을 멀지 않은 곳에서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전북 군산의 임피역과, 이웃한 익산의 춘포역이다. 춘포역은 전라선, 임피역은 옛 군산선 노선에 각각 세워졌다.
일제의 미곡 수탈 등에 따른 수모와 고통이 서린 곳이자 광복 뒤 통근열차 등으로 이용했던 주민들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
군산항은 일제강점기 호남 평야지대의 쌀 등 농작물을 수탈해 일본으로 반출하는 거점 항구였다.
전라선·군산선 철도를 이용해 군산항으로 쌀 등을 대량으로 실어 날랐다. 간이역 주변에는 일본인 지주가 운영하는
대규모 농장과 대형 정미소, 미곡창고가 있었다.
두 역은 모두 폐역이 됐고, 현재 역사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보존하고 있다.

<Course>
군산 임피역사 → 임피역 재래식 화장실 → 객차 전시관 → 임피면 일대 문화재들 → 익산 춘포역사 → 일본인 농장 가옥 → 대장정미소


군산 임피역사
임피역은 미곡 수탈을 목적으로 일제가 1912년 개설한 군산선의 간이역이다.
2008년 폐역이 됐다. 현재 남아 있는 역사는 1910년대 후반에 지어져 1936년 개축된 건물인데,
안팎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서양식 간이역사 형태와 일본식 가옥 형태를
혼합한 양식의 건물이다. 대합실과 역무실 모두 개방돼 있다. 대합실 옛 여닫이문과 역무실 매표소의
서랍들,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커다란 철제 금고 등이 눈길을 끈다.


임피역 재래식 화장실
역사 바로 옆에 있는 옛날 건물도 주목해보자. 화장실 겸 창고 건물(등록문화재)이다.
1936년경 지어진 재래식 화장실로, 칸막이 없이 나란히 서서 볼일을 보던 공동 소변 시설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므로 소변을 보아선 안 된다.


객차 전시관
역사 가까이에 열차 2량을 이용한 객차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임피면의 역사와 볼거리·이야깃거리들을 전시한 곳이다. 일제강점기의 미곡 수탈과 옥구 농민들의 저항,
군산선을 이용하던 주민들의 애환, ‘탁류’ ‘레디메이드 인생’ ‘태평천하’ 등을 쓴 임피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작품 이야기, 탑동 3층 석탑·임피읍성·노성당(임피 동헌 부속 건물)·임피향교 등 지역 문화재
관련 자료, 옛 승차권과 개표가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임피면 일대 문화재들
임피역에서 차로 20~30분 거리에 지역 문화재 등 볼거리가 있다.
경로당으로 사용되는 조선 말 관아 건물 노성당, 200~500년 수령의 왕버들에 둘러싸인 옛 연못과
임피현 관리들의 공적비·불망비, 그리고 임피향교가 임피면 읍내리에 모여 있다.
우물 하나만 남아 있는 채만식 생가터는 임피사거리 옆에, 채만식이 집필실로 쓰던 옛 가옥과 묘는 축산리
계남마을에 있다. 채만식 집필 가옥은 거의 무너져 형체만 남은 상태로 방치돼 있어 안타깝다.
채만식이 1945년 낙향해 집필 활동을 했다는 곳이다.


익산 춘포역사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역 역사다. 1914년 전라선 일부 개통과 함께 들어섰다.
당시 일본인들은 이 일대를 일본식 지명인 대장촌으로 불렀다. ‘넓은 평야지대 마을’이란 뜻이다.
역 이름도 대장역이었으나 1996년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춘포역으로 바꿨다.
춘포는 만경강 봄개(춘포)에서 비롯한 옛 지명이다. 주변에 봉가뜰(춘포평)·봉개산(춘포산) 등
지명이 남아 있다. 춘포역은 전라선 복선화 공사로 2007년 폐역이 되어 현재는 역사(등록문화재)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목조에 시멘트 벽체를 혼합한 모습의 단층 건물이다. 박공지붕은 정면이 아닌,
승강장 쪽 문에 설치돼 있다.
앞쪽에서 보면 다소 밋밋하게 보이지만, 철로 쪽에서 보면 아기자기한 모습이 드러난다.


일본인 농장 가옥(에토 가옥)
이 일본식 가옥은 일제강점기 이 일대에 있었던 ‘호소카와 농장’을 관리하던 에토라는 사람이 살던 집이다.
춘포역사, 대장정미소와 함께 춘포마을에서 일제 수탈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볼거리다. 유리창이 달린
발코니가 설치된 독특한 이층집으로 원형이 대체로 잘 보존돼 있다. 등록문화재다.
20년 전 소유주가 된 주민이 살고 있지만, 대문을 열어두고 있어 정원까지 들어가 집을 살펴볼 수 있다.
호소카와 농장의 한국인 관리인이 살던 일본식 가옥(김성철 가옥)도 춘포리에 남아 있다.

대장정미소
춘포 일대에서 생산된 쌀을 도정했던 대규모 정미소 건물이다. 호소카와 농장에서 운영했는데,
열차로 실어갈 때 운송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이곳에서 쌀을 찧었다고 한다. 대장정미소 역시 철문을 닫아뒀고,
들여다보이는 안쪽 옛 건물들은 곧 무너질 듯 낡아가는 모습이다.


출처 : 청사초롱
글 : 이병학(한겨레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사진 : 이병학, 박은경(청사초롱 기자)

※ 위 정보는 2018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