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書畵

신기루 / 이이(李珥)

선바우1 2018. 11. 29. 09:30





신기루

이이(李珥, 1536-1584) 



松間引步午風凉 手弄金沙到夕陽 

송간인보오풍량 수농금사도석양


千載阿郞無處覓 蜃樓消盡海天長 

천재아랑무처멱 신누소진해천장 


솔 숲 사이 거닐자니 낮바람 시원하여 

금모래 장난치다 저물녘이 되었네.

천년의 아랑(阿郞)은 어디 가 찾을런가 

신기루 스러지고 바다 하늘 가없다. 


금사사(金沙寺)는 황해도 장연 바닷가에 있다 

 바람에 따라 금모래가 산언덕을 이룬 절경이다 

 해송 숲 사이로 천천히 산보하는데 바다 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금모래를 움켰다 놓았다 장난을 친다 

 어느새 하루해는 뉘엿해졌다


아랑(阿郞)은 신라 때의 선인(仙人)이다 

신선술을 닦은 화랑의 무리였겠지 

그가 이곳에 와 노닐었다 해서 포구의 이름이 아랑포다 

 석양 볕 받아 바다 위에 잠시 섰던 해시(海市), 

 즉 신기루는 이윽고 스러지고, 바다와 하늘은 끝닿은 데 없이 아스라하다

저녁볕처럼, 아니면 모래밭의 발자국처럼, 그도 아니면

내 손안을 빠져나간 모래알처럼, 

천년 전의 아랑이나 지금의 나나 또 먼 훗날의 그 누구도 

 잠시 스쳐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이겠지 

 희미한 꿈 또는 신기루일 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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