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書畵

단풍(丹楓)

선바우1 2018. 12. 1. 18:40





        단풍(丹楓)
        - 이장용(李藏用),紅樹 一葉初驚落夜聲 千林忽變向霜晴 일엽초경낙야성 천림홀변향상청 最憐照破靑嵐影 不覺催生白髮莖 최련조파청람영 불각최생백발경 廢苑瞞旴秋思苦 遙山唐突夕陽明 폐원만우추사고 요산당돌석양명 去年今日燕然路 記得屛風障裏行 거년금일연연로 기득병풍장리행 한 이파리 바스락 지는 밤 소리에 깜짝 놀라, 천산의 숲들 문득 서리 내린 갠 아침에 상기됐네. 가엾어라, 푸른 산 기운 비춰 깨뜨림이여 ! 알지 못했네, 흰 머리 카락 재촉할 줄을 .. 거친 뜰 바라보는 가을 회포 쓸쓸한데, 먼 산에 부딪쳐 타는 눈부신 석양이여 ! 기억도 새로워라. 지난 해 바로 오늘, 그 병풍 그림 속을 거닐던 연연(燕然)길이 .. * 燕然 : 외몽고에 있는 산 이름. * 마냥 여름인 양 느직이 누리던 푸른 잎들이 어느 깊은 밤 한 잎 바스락 떨어지는 첫소리에 깜짝 놀라, 일시에 가을임을 깨닫고는 천하의 잎들이 홀연 상기되어 서리 내린 아침 햇빛 아래 눈부신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숙살(肅殺)의 가을 ! 단풍의 붉은 빛이 온 산의 푸른 기운을 무참히 비추어 깨뜨림을 가엾이 여기며, 황폐해진 정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니, 광음의 신속함이 새삼 느껍고 어느새 부쩍 는 흰 머리카락을 의식하고는 씁쓸한 감회에 젖는다. 그러나 문득 머리를 드는 순간, 한 새로운 놀라움에 부딪친다. 대지에는 모음(暮陰)이 바닷물처럼 고이어 사방 산들은 이미 정수리까지 잠기었는데, 멀리 동편의 높은 산정(山頂) 하나가 아직 어둠의 수위(水位) 위로 섬처럼 돌출하여 , 바야흐로 남은 석양을 독차지하여 눈부시게 불타고 있는 것이다. 보라 , 석양과 단풍과의 당돌한 맞부딪침에서 발화(發火)한 저 맹렬한 불길은, 어둠에 잠긴 대지에 홀로 당돌하게 켜든 횃불의 아우성이다. 그 눈부신 광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몽고 사신 길에 거쳤던 연연(燕然) 땅의 단풍 풍경.. 그것은 공교롭게도 지난 해의 바로 오늘이었지마는.. 연도(沿道)에는 가도 가도 찬란한 북국의 단풍 ! 마치 둘러친 산수 병풍의 그림 속을 걷고 있는 화중(畵中)의 인물인 양, 화려한 착각에 도취되었던 그때의 기억들을 , 저 - 遙山唐突夕陽明(요산당돌석양명)- 에서 점화(點火)되듯 기억해 내고는 , 목전의 현실에다 환상의 당시를 겹포갠, 사차원의 시공 세계에서 스스로 황홀해 하고 있는 작자이다. 단풍을 주제로 하면서도 `단풍`은 물론 , 그 `붉음`마저 한 자 언급이 없이, 그러면서도 `붉게 타고 있는 단풍`을 극명하게 그려내면서 시종 완곡하고 은근한 표현 묘사로 위세(委細)한 정곡(情曲)을 다하고 있다. * 이장용(李藏用,1201~1272) 고려 때의 문신. 학자. 자 현보(顯甫). 중서시랑(中書侍郞) 등 역임. 본관 인주(仁州 - 仁川). 시호 문진(文眞). 원종(元宗)을 따라 몽고에 갔을 때 해동 현인으로 칭송받았다. 불서(佛書). 경사(經史). 의약 등에 정통했으며 문장에 능했다. 저서에 <선가종파도(禪家宗派圖)> <화엄추동기(華嚴錐洞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