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書畵

손자와 조조, ‘말폭탄’을 비웃다

선바우1 2018. 12. 1. 18:47




한국고전번역원
고전칼럼
2017년 11월 29일 (수)
백열여섯 번째 이야기
손자와 조조, ‘말폭탄’을 비웃다

   매일 아침 TV나 인터넷을 켜고 보면, 온통 트럼프와 김정은 말싸움, 아니 말폭탄이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서로를 ‘미치광이’와 ‘늙다리’라는 조롱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그 뒤를 이어서 ‘자위 핵무장, 대륙간 ICBM 발사실험,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한쪽에서는 쏟아 놓고, 다른 한 쪽은 ‘미항모 훈련, 첨단 폭격기 출동, 선제타격 옵션 검토’ 등 자해에 가까운 말폭탄을 쏟아 놓고 있다. 권력자의 개인적 인신공격을 넘어서, 제3차 세계대전까지도 부를 수 있지 않느냐는 깊은 우려가 늘 우리 주변에 감돌게 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기원전 5세기 ‘전략의 신(軍神)’이라 추앙 받으며 일생 전쟁을 고민했던 손자의 경고를 떠올려 본다.

나는 말한다.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사이다. 백성의 삶과 죽음을 판가름하는 마당이며 나라의 보존과 멸망을 결정짓는 길이니,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孫子曰, 兵者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손자병법(孫子兵法)』 「시계(始計)」)

 

전쟁이 오래되면 병사가 피곤해지고 예기가 꺾여 적을 공격해도 힘에 부칠 것이다. 또한 오랫동안 군대를 밖에 두면 나라재정은 말라버리게 된다. 병사가 피곤해지고 예기가 꺾이고 군대가 힘에 부치고 나라 재정이 말라버리면 다른나라가 이 상황을 틈타 일어설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지혜로운 자라도 그 뒤를 수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久則鈍兵挫銳, 攻城則力屈, 久暴師則國用不足. 夫鈍兵挫銳, 屈力殫貨, 則諸侯乘其弊而起, 雖有智者, 不能善其後矣.] (『손자병법』 「작전(作戰)」)

 

   손자는 전쟁이란 개인을 넘어 국가의 모든 것을 파멸할 수 있는 중대사이므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찾으라는 충고를 남겼다. 어쩔 수 없이 전쟁이 일어나면 시간이 지체될수록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점도 냉혹하게 지적하고 있다.

 

   군주의 욕심으로 무모하게 전쟁을 일으키게 되면 결국 희생되는 이는 백성들이다. 이에 대해서 손자 이후 700여 년의 간극을 두고 등장한 삼국지의 간웅이자 『손자병법』의 주요 해석자인 조조는 전쟁의 본질을 경제적 측면에서 더 명확히 말하고 있다.

원정군이 국경 너머로 나간 뒤에 주둔지 주변에는 물자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악덕 상인들이 매점매석을 하여 물건 값을 올린다. 그러면 물건 값이 뛰어올라 백성들은 돈을 모두 써버리는 파탄의 구렁텅이에 떨어지게 된다.[軍行已出界, 近師者貪財, 皆貴賣, 則百姓虛竭也.] (『손자병법』 「작전」 조조 주(曹操註))

 

백성의 살림이 완전히 말라버리고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들판에서는 곡식을 나르느라 힘이 고갈된다.[百姓財殫盡而兵不解, 則運糧盡力於原野也.] (『손자병법』 「작전」 조조 주)

 

   물자가 귀해지고 물건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올라 백성의 재산이 메말라버린다. 그런데도 전쟁이 길어지면, 나라 안의 벌판에서 식량을 생산해서 전쟁터까지 옮기기 위해 강제로 동원된 백성들이 희생되어 주검으로 뒹굴게 된다. 적군의 공격이 없더라도, 전쟁 상태가 오래 되어 백성의 경제에 미치는 손해가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전쟁이란 결국 경제력의 대결이다. 전쟁 과정에서 어느 쪽이 더 빨리 승기를 잡아 재력이 고갈되기 전에 전쟁을 끝내느냐가 열쇠다. 그러므로 결국 경제 공황은 이러한 전략적 고려를 결여한 정치적 잘못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좌전』 「희공 26년」(기원전 634)에 제나라 효공이 “(지금 우리 제나라 군대가 노나라를 침공하여) 곳간은 매달아 놓은 경쇠처럼 텅텅 비어있고, 들판에는 푸른 싹도 보이지 않는데 무엇을 믿고 두려워하지 않는가?[室如懸罄 野無靑草 何恃而不恐]”라고 하였는데, 이처럼 전쟁으로 백성들은 모두 떠나고 논밭은 내팽개쳐진 상황에 이른 것이 결국 군주의 책임이라는 점을 꼬집고 있다.

 

   손자는 “백성의 목숨과 나라의 안위를 맡은 주인이다[民之司命, 國家安危之主也.]” (『손자병법』 「작전」) 라고 하였으니, 이처럼 중차대한 사안에서 지도자가 오판으로 전쟁을 일으켜 백성을 혹사시킨다면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좌전』 「성공 15년」(기원전 576)에 초나라의 공왕이 정나라를 침략하고, 위나라 국경까지 공격해 들어갔다. 위나라에 이웃한 진나라의 대장군 난서가 초나라를 공격하자고 주장하였지만, 장수 한궐은 “그럴 필요 없습니다. 거듭 죄를 짓게 하면 백성들이 그를 이반할 것입니다. 백성 없이 누구를 동원하여 전쟁을 하겠습니까?[無庸 使重其罪 民將叛之 無民 孰戰]” 라고 말했다. 전쟁 때문에 백성들에게 버림받게 되는 군주의 운명을 예견하고 있다.

 

   손자는 전쟁을 일으키거나 질질 끄는 행위가 얼마나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인지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다. '백성의 생활을 함부로 손상시키면, 지배자도 무사할 수 없다'는 꾸짖음을 남기고 있다. 고대 인물인 손자와 조조의 경고를 트럼프나 김정은은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유동환


글쓴이유동환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주요 저·역서
  • 『손자병법』손무 지음, 유동환 옮김, 홍익출판사, 1999
  • 『조조병법』유동환, 바다출판사, 1999
  • 『인문콘텐츠의 사회적 공헌』유동환 외 ; 유동환 옮김, 북코리아,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