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書畵

김부식과 정지상의 전설

선바우1 2019. 12. 4. 16:04

김부식과 정지상의 전설

 

 

시중(侍中) 김부식(金富軾)과 학사(學士) 정지상은 문장으로 함께

한때 이름이 났는데, 두 사람은 알력이 생겨서 사이가 좋지 못했다.

세속에서 전하는 바에 의하면 지상이,

 

임궁(琳宮)에서 범어를 파하니 / 琳宮梵語罷

하늘 빛이 유리처럼 깨끗하이 / 天色凈琉璃

 

라는 시구를 지은 적이 있었는데, 부식이 그 시를 좋아한 끝에

그를 구하여 자기 시로 삼으려 하자, 지상은 끝내 들어 주지 않았다.

뒤에 지상은 부식에게 피살되어 음귀(陰鬼)가 되었다.

부식이 어느 날 봄을 두고 시를 짓기를,

 

버들 빛은 일천 실이 푸르고 / 柳色千絲綠

복사꽃은 일만 점이 붉구나 / 桃花萬點紅

하였더니, 갑자기 공중에서 정지상 귀신이 부식의 뺨을 치면서,

“일천 실인지, 일만 점인지 누가 세어보았는냐? 왜,

 

버들 빛은 실실이 푸르고 / 柳色絲絲綠

복사꽃은 점점이 붉구나 / 桃花點點紅

라고 하지 않는가?”

 

하매, 부식은 마음속으로 매우 그를 미워하였다.

뒤에 부식이 어느 절에 가서 측간에 올라 앉았더니, 정지상의

귀신이 뒤쫓아 와서 음낭을 쥐고 묻기를,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왜 낯이 붉은가?”

하자, 부식은 서서히 대답하기를,

“언덕에 있는 단풍이 낯에 비쳐 붉다.”

하니, 정지상의 귀신은 음낭을 더욱 죄며,

“이놈의 가죽주머니는 왜 이리 무르냐?”

하자, 부식은,

“네 아비 음낭은 무쇠였더냐?”

 

하고 얼굴빛을 변하지 않았다. 정지상의 귀신이 더욱 힘차게

음낭을 죄므로 부식은 결국 측간에서 죽었다 한다.